월세 300만~400만원 장담해놓고…상가공급 시행사들 '먹튀'

입력 2018-10-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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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개발 이대론 안된다

수익형 부동산 열기에 편승
비싸게 분양하고 떠나버려
매수한 은퇴 예정자 등 낭패



[ 윤아영 기자 ] 상가를 공급하는 시행사들이 수익형 부동산 매입 열기에 편승해 비싸게 상가를 분양한 뒤 떠나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임차인 구성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 보니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분양받은 은퇴예정자 등이 그 피해를 그대로 보고 있다.

2014년 이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상업용지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의 상업용지는 감정가 대비 최고 346% 수준에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율도 261%에 달했다. 하남 미사신도시의 근린상업용지도 감정가 대비 최고 227% 수준에 낙찰됐다. 화성 동탄2신도시 상업용지 낙찰가율도 대부분 200%를 넘었다. 2013년 말 공급된 위례신도시 상업용지 15개 중 13개가 주인을 찾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열기가 높아지자 시행사들이 상업용지 확보 경쟁을 벌인 결과다.

땅값 상승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10년 전만 해도 3.3㎡당 2000만~3000만원 수준이던 신도시 상가(1층 기준) 분양가는 3.3㎡당 최고 1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마곡지구에선 작년 대기업 사옥 건너편 1층 상가가 3.3㎡당 1억원 이상에 나왔다. 위례신도시의 한 상가는 3년 전 3.3㎡당 8000만원대에 분양했다. 2007년 인근 상가 1층 분양가격은 3.3㎡당 3000만원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전문지식이 없는 은퇴예정자 등이 대거 몰리면서 2017년 상반기까지 상가가 ‘완판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완공 시점이 되자 시행사가 장담했던 수준의 월세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연 3~4%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전용면적 33㎡ 매장에서 임대료를 월 300만~400만원가량 받아야 하는데 그 정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거의 없어서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월세 300만~400만원을 받으려면 월매출이 3000만원 이상 나와야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 브랜드의 평균 월매출이 2000만원대에 불과하다”며 “시행사들이 불가능한 월세를 제시하면서 상가를 팔 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나마 싸게라도 임차인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며 “상가 공급이 너무 많아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 주인은 안정적인 월세를 받기는커녕 담보대출 이자에 관리비 부담까지 지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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