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유일한 시내버스 업체인 대동·대한운수가 인수합병(M&A)절차를 밟는다. 춘천시민들의 출자로 설립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이하 춘천시민조합)이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인수자로 나선 가운데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공공운수노조는 M&A 반대에 나섰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과 대한·대동운수 매각주관사 삼화회계법인이 이날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춘천시민조합 한 곳이 인수의사를 밝혔다. 춘천시민조합은 춘천시민을 조합원으로 지난 9월 7일 설립된 단체다. 이번 매각은 예비인수자를 정한 뒤 공개매각입찰을 실시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 측은 오는 8일까지 입찰을 진행해, 당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춘천시민조합은 인수금으로 총 39억원을 제시했다. 7억 5000만원을 들여 신주를 인수하고, 나머지 31억 5000만원으로 회사채 등 부채를 갚는 조건이다. 5년 간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인수의향서에 포함됐다.
대한·대동운수는 회생담보권 62억원, 회생채권 60억 7000만원, 조세 등 채권 3억원을 갖고 있다. 회사와 매각주관사는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뒤 인수금에 기초한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오는 19일 관계인집회에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M&A를 통한 회생계획이 통과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조의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대한·대동운수 회생의 남은 과제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춘천시에 ‘완전공영제’ 시행을 촉구하며 지난달 17일부터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대동운수 소속 기사 111명 중 89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춘천시는 임시 전세버스를 투입하고 오지마을 주민들이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희망택시를 임시로 확대 운영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수요를 충족시키긴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버스 공영제는 자치단체가 사업권을 인수해 자체 예산으로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 부산, 대전 등 광역지자체에서 실시 중이지만 춘천시와 같은 기초지자체들은 민영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버스회사 운영비를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서다. 대한·대동운수의 경우 완전공영제 도입 시 필요 예산은 연간 200억원로 추정된다.
추가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춘천시민조합이 대한·대동운수의 새 주인으로 결정되면 협동조합이 버스운송업체를 인수한 국내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 M&A 전문가는 “시내버스업체는 확실한 정부지원, 감차를 통한 노선 효율화, 노조와의 협력 등 세 가지가 이뤄지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라며 “춘천시와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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