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한 달에 다섯 시간을 자연에서 보내면 정서가 안정되고 행복감이 커진다. 미국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플로렌스 윌리엄스가 쓴 신간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에 소개된 핀란드 생태학자 리사 튀르베이넨의 연구 결과다. 한 달에 한 번 숲 속을 거닐거나 1주일에 두세 차례 30분씩 공원을 산책하면 다섯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자연의 치유력은 놀랍다. 저자는 매일 아침 두 시간씩 산속을 걸은 사람들은 사흘 만에 혈액검사에서 면역 세포가 40% 증가했고 그 상태는 7일간 지속됐다는 일본에서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스트레스와 혈압을 낮추는 즉각적인 효과 외에도 오랜 기간 지속돼온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데도 힘을 발휘했다. 한국 사례도 등장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2주간 숲에 다녀온 뒤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T세포가 늘었다. 숲태교 교실에 참여한 산모들은 우울, 불안 증상이 줄었다.
연구 결과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각국의 자연을 직접 체험하며 발로 쓴 글이어서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여성 참전용사들과 미국 아이다호주 강에서 배를 탔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는 뇌파계 장치를 쓴 채 시내를 다니기도 했다. 핀란드, 일본, 미국, 스코틀랜드 등 8개 자연 체험국에 한국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한국 전남 장성 ‘치유의 숲’에서 산림치유지도사들을 만나고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자연은 사치가 아닌 일상이 돼야 한다”는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을바람 속 어디선가 숲내음이 나는 듯하다.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더퀘스트, 412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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