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택시와 우버

입력 2018-10-04 18:52  

김태철 논설위원


[ 김태철 기자 ] 택시요금 인상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서울시가 이르면 내년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1000원 올리고, 심야 할증시점도 자정에서 밤 11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기본요금 인상은 2013년(2400원→3000원) 이후 6년 만이다.

기본요금이 한꺼번에 약 33% 뛴다니 인터넷 공간에서는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열악한 택시 기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찬성의견도 적지 않지만 반대의견이 다수다. “서비스 개선이 요원한데 요금만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요금 인상이 소비자 편익보다 업계 이익 확대에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서울시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요금 인상에 맞춰 카셰어링 등 차량공유 같은 혁신 서비스 규제를 확 풀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야 택시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신(新)산업 육성을 통한 혁신성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신산업은 기득권에 막혀 싹조차 제대로 틔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 300여 개 도시에서 성업 중인 세계 1위 차량공유서비스 회사 우버의 영업을 막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공유(共有)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 촉진 조례안’까지 제정했지만,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우버는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택시운송조합의 고발로 우버 공동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지난 6월 국내 법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자가용 택시영업과 출퇴근 시간선택제, 즉시 배차서비스 등 차량공유를 불법으로 규정한 ‘여객운수사업법’이 고발 근거다.

택시·버스 업계의 거센 반발로 풀러스(카풀 앱)와 콜버스(심야버스 공유) 등 국내 스타트업은 고사 직전이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우버를 제치고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 말레이시아의 그랩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것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공유경제를 장악하는 기업이 21세기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는 ‘투자 구루(guru)’의 충고가 국내에선 공허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은 불법이었던 적이 많다. 하지만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경쟁은 기존 기업들에는 부담이지만 소비자들에겐 유익하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여객운송산업도 마찬가지다. 차량공유 서비스 합법화를 통한 운송 서비스의 다양화는 일부 택시기사의 불친절, 손님 골라 태우기 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도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혁신 서비스로 무장한 제2, 제3의 우버를 계속 등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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