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도무문 : 데이터의 길엔 문이 없다
데이터 전문가 연작 인터뷰 3화
하승수 제1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한 수 배우겠습니다
1手.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2手. 어둠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3手. 정보공개청구, 잽을 날려라
4手. '마인드' 소프트웨어가 중요
5手. 업데이트='정치개혁'
6手. 시민과 한국 사회의 투명성
[편집자 주] '데이터로 돌아가는 세상(data-driven world)'이다. 모두 데이터를 이야기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도, 정부도, 학교도, 병원도, 언론사도, 배달업체도, 스타트업(startup)도, 미래를 선점코자 하는 모든 진영이 데이터를 갈구한다.
바야흐로 '데도무문*'의 시대.
<ol> <li>도대체 데이터란 무엇인가.</li> <li>그 데이터로 어떤 황금알을 낳을 수 있기에 이리도 난리인가.</li> <li>각 진영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는가.</li> <li>데이터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는 누군가.</li> <li>데이터 인력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li></ol>
이 5가지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문(門)이 없는 거대한 데이터의 길을 뉴스래빗이 걸어 가보고자 한다. 데이터 고수를 꿈꾸는 박진우, 박진홍 기자가 직접 말이다 !.!
데도무문 3장 데이터 고수는 하승수 제1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2008년 10월 9일 설립된 시민단체다.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권력을 감시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넣어 확보한 방대하고 방대한 공공 데이터(public data)를 분석하고 가공해 시민 사회에 숨은 문제점을 공개한다.
2018년 9월 정보공개센터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같은 달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걸스카웃회관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심포지움 '정보공개운동의 길을 보다'에서 하승수 전 소장을 만났다. 그는 '정보공개운동 20년을 말한다'란 첫 주제발표에서 고됐을 20년 간의 정보공개 운동 뒷이야기를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냈다.
정보공개센터의 나이는 10살이지만 한국 정보공개 운동의 시간은 그 2배인 20년, 이제 스무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 20년을 관통한 하 전 소장은 한국 정보공개 운동의 인간 데이터베이스(DB) 같은 존재다. 하 전 소장을 데도무문의 고수로 모셔, 2시간 가까이 따로 만나 인터뷰한 이유다. 인터뷰 도중에도 하 전 소장 핸드폰엔 국회의 정보 비공개 통지 문자가 날아들었다.
2012년 하 전 소장은 녹색당 창당을 위해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직을 내놓았다. 현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인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보공개 운동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는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공개 운동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그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4수(手). '마인드' 소프트웨어가 중요
- 말은 쉽지만, 어려움이 많았을 듯 하다.
문제는 정보를 PDF 파일로 공개할 때다. 심층보도를 할 때는 파일만 엑셀 형태로 받을 수 있으면 데이터를 분석하기 굉장히 수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정보를 PDF 형식으로 공개한다. 사소해보여도 '디테일'은 중요하다. 국회나 정부에서 나서서 데이터 형식을 정해주면 되는데 이게 잘 안된다. 시민단체에서도 데이터를 PDF 형식으로 받으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변환한다.
- 뉴스래빗도 늘 같은 고통을 받는다.
(뉴스래빗은 13회째 국회의원 의정활동 분석 데이터저널리즘 #국회데이터랩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및 선거관리위원회 상대 정보공개 실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http://newslabit.hankyung.com/list/tags/국회데이터랩 )
정보공개청구와 정보공표제도를 통해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아직 관료들의 '마인드'가 폐쇄적이다. 제도가 하드웨어라면 그걸 실행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관료들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정제하거나 복사하는 작업을 과외 업무라고 생각한다.
- 민감할수록 더 꼼꼼하게 감추나.
늘 씨름하고 있는 국회도 정보를 잘 주지 않으려고 한다. 연구용역보고서를 청구했는데 영수증만 공개하고 보고서를 안 준다. 연구용역보고서를 표절하는 사례가 엄청 많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비공개 사유가 '의정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란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보 공개는 결국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투명성은 많은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권력의 부정한 커넥션을 억제한다. 소위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같은 국가들은 일찍부터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뿐만 아니라 모든 '데이터'까지도 시민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hr />
5수(手). 업데이트=정치개혁
- 관료 '마인드' 개선 방법은.
앞서 말했듯이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국회가 앞장서서 정보공개법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스스로 정보공개법을 안 지키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국회에서 개정이 안 되니까 관료의 마인드 즉,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없는 셈이다. 대법원에서 수차례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는데 국회사무처는 이를 따르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
국회의 데이터 관리도 문제다. 국회에서 자료를 주로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국회의원 4년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쌓은 자료들이 모두 사라진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자료들인데. 행정부만 하더라도 담당자가 바뀌면 자료를 모두 이관하게 되어있는데 국회는 그런 것도 없다.
결국 정치개혁을 통해 마인드를 바꿔야한다. 지금 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도 그 일환이다. 국회가 먼저 바뀌고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보 공개 업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이를 담당하는 인력이 훨씬 더 많이 충원돼야 한다.
<hr />
6수(手). 시민과 한국 사회의 투명성
- 정보공개에서 정치개혁 운동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정보공개와 정치개혁을 통해 이룬 투명한 사회를 지속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정보공개 교육을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과 정보공개 교육을 하면 사회 나가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해나갈 생각이다. 다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보공개제도는 18세기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스웨덴은 비례대표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스웨덴이 지금의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기까지 못해도 200년 넘게 걸린 셈이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알아갈수록 한국 사회도 그만큼 투명해질 것이라 믿는다.
-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어린이·청소년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인권이라는 게 굉장히 폭넓다. 기후변화조차도 어린이 인권과 관계가 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어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경쟁구조, 불평등구조 등 어른 세대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다. 현 세대가 직면한 인권과 환경문제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최대한 많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을 먼저 주체로 인정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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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전문가 연작 인터뷰 3화
하승수 제1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한 수 배우겠습니다
1手.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2手. 어둠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3手. 정보공개청구, 잽을 날려라
4手. '마인드' 소프트웨어가 중요
5手. 업데이트='정치개혁'
6手. 시민과 한국 사회의 투명성
[편집자 주] '데이터로 돌아가는 세상(data-driven world)'이다. 모두 데이터를 이야기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도, 정부도, 학교도, 병원도, 언론사도, 배달업체도, 스타트업(startup)도, 미래를 선점코자 하는 모든 진영이 데이터를 갈구한다.
바야흐로 '데도무문*'의 시대.
*데도무문: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엔 문이 없다는 사자성어다. 송나라 선승인 무문 혜개(1183~1260)의 수행 이치를 담은 책 '무문관(無門關)'에 쓰여 있다. '데도무문(데이터+대도무문)'에서 문 없는 큰 길, 데이터 분야에 몸담은 사람을 인터뷰하며 수(手)를 배워본다.그러나 여전히 '데이터'의 실체는 모호하다.
<ol> <li>도대체 데이터란 무엇인가.</li> <li>그 데이터로 어떤 황금알을 낳을 수 있기에 이리도 난리인가.</li> <li>각 진영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는가.</li> <li>데이터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는 누군가.</li> <li>데이터 인력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li></ol>
이 5가지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문(門)이 없는 거대한 데이터의 길을 뉴스래빗이 걸어 가보고자 한다. 데이터 고수를 꿈꾸는 박진우, 박진홍 기자가 직접 말이다 !.!
데도무문 3장 데이터 고수는 하승수 제1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2008년 10월 9일 설립된 시민단체다.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권력을 감시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넣어 확보한 방대하고 방대한 공공 데이터(public data)를 분석하고 가공해 시민 사회에 숨은 문제점을 공개한다.
2018년 9월 정보공개센터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같은 달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걸스카웃회관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심포지움 '정보공개운동의 길을 보다'에서 하승수 전 소장을 만났다. 그는 '정보공개운동 20년을 말한다'란 첫 주제발표에서 고됐을 20년 간의 정보공개 운동 뒷이야기를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냈다.
정보공개센터의 나이는 10살이지만 한국 정보공개 운동의 시간은 그 2배인 20년, 이제 스무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 20년을 관통한 하 전 소장은 한국 정보공개 운동의 인간 데이터베이스(DB) 같은 존재다. 하 전 소장을 데도무문의 고수로 모셔, 2시간 가까이 따로 만나 인터뷰한 이유다. 인터뷰 도중에도 하 전 소장 핸드폰엔 국회의 정보 비공개 통지 문자가 날아들었다.
2012년 하 전 소장은 녹색당 창당을 위해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직을 내놓았다. 현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인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보공개 운동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는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공개 운동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그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1수(手).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 정보공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6년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당시는 미국에서 정보공개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1996년 연말에 국회에서 정보공개법이 통과되고 199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시행되고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사업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 20년 전 정보공개 운동 어땠는가.
당시에는 온라인 개념조차 없을 때였고, 정보공개 청구서도 팩스로 보내야 하는 환경이었다. 매번 정보공개 청구를 하며 한계를 느꼈다. '알아서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전정보공표제도'다.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해서 현재는 각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공표하고 있다. 특히 정보공개 웹사이트( open.go.kr )의 발족은 한국 정보공개제도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보의 수동적인 청구에서 적극적인 '공표'로 진화한 셈이다.
- 정보공개법 시행 10년 뒤에야 센터가 설립됐다.
정보공개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는데 활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각자 자기들 하는 일이 많아서 정보공개운동을 따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직접 정보공유 운동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008년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을 위해서 정보공개센터를 운영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는 형태로 활동했다.
- 방대한 데이터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블로그 형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료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블로그에 데이터를 쌓아만 놓기 아쉬워서 언론과 협업을 시작했고, 지금 언론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hr />
2수(手). 어둠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 센터 설립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9년 4월 서울시청에 광고비 지출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비공개 결정을 통지받았다. 행정심판을 걸어 2년 뒤인 2011년 2월에야 공개하게 만들었다. 그게 기준이 돼서 현재 모든 지자체는 광고비를 공개하고 있다. 설령 바로 공개하진 않더라도 행정심판을 통해 모두 공개할 수 있다. 행정심판이 행정소송보다는 빠르기 때문에 그리 나쁘지 않다. 지금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광고비를 공개한다.
- 이처럼 선례로 남은 다른 사례는.
2013년 4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공개하도록 농수산품질관리원에 청구한 적이 있다. 2012년 한해만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총 건수가 86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284건은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았고, 거짓 표시한 경우는 582건이나 됐다. 정보공개센터가 계속 청구를 하다보니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자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어갔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원산지 표시를 당연하다고 여기도록 인식을 바꾼 사례다.
요즘은 국회에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은 국회 특수활동비는 빙산의 일각이다.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 국회에서 분별없이 쓰는 예산 지출 내역을 청구하는 중이다. 소송까지 가면 대부분 이기는 편이라 정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책자료 발간비 청구 소송에 이겼다. 꾸준히 청구하다 보면 국회와 관련된 정보도 자유롭게 받아볼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hr />
3수(手). 정보공개청구, 잽을 날려라
- 정보공개청구 잘 할수 있는 방법은.
요즘은 웬만한 곳은 정보를 잘 주는 편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일반적인 행정기관은 잘 준다. 문제는 소위 권력기관들이다. 국회, 청와대, 외교부처럼 힘깨나 쓰는 곳들.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중요한 점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무거우면 곤란하다. 정보공개청구는 시간이 적게 걸리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 생각나는 것들을 이것저것 해보고 궁금한 내용을 그때그때 청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딱딱하게 공문서식으로 정리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자 납세자로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행정심판 정도까지는 해보는 게 좋다.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반면 행정소송은 돈이 든다. 패소하면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
- 가볍게 잽을 날리는 느낌이다.
그렇다. 최근에는 내 집 주변 문제를 청구한 적도 있다.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 가축 축사가 너무 많아서 악취 문제가 심각하다. 지자체가 축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 가령 교육, 건축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청구하면 좋다. 기자들도 요즘엔 취재원만 통해서는 정보를 입수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시대 추세에도 안 맞다. 정보공개청구를 가벼운 마음으로 하다 보면 10개 중 1개는 의미 있는 게 나온다.
- 지자체가 무슨 정보를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각 지자체 및 공기업마다 정보공개 목록을 만들어서 관리한다. 하지만 정보목록 작성이 대부분 부실하다. 그래서 목록을 찾아보지 않고 일단 물어보는 편이다. 한 번에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으면 2차, 3차 청구를 통해서 얻어낸다. 한 번에 만족스러울 정도로 정보를 받기는 쉽지 않다.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 없이 여러 번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정보공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6년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당시는 미국에서 정보공개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1996년 연말에 국회에서 정보공개법이 통과되고 199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시행되고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사업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 20년 전 정보공개 운동 어땠는가.
당시에는 온라인 개념조차 없을 때였고, 정보공개 청구서도 팩스로 보내야 하는 환경이었다. 매번 정보공개 청구를 하며 한계를 느꼈다. '알아서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전정보공표제도'다.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해서 현재는 각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공표하고 있다. 특히 정보공개 웹사이트( open.go.kr )의 발족은 한국 정보공개제도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보의 수동적인 청구에서 적극적인 '공표'로 진화한 셈이다.
- 정보공개법 시행 10년 뒤에야 센터가 설립됐다.
정보공개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는데 활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각자 자기들 하는 일이 많아서 정보공개운동을 따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직접 정보공유 운동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008년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을 위해서 정보공개센터를 운영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는 형태로 활동했다.
- 방대한 데이터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블로그 형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료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블로그에 데이터를 쌓아만 놓기 아쉬워서 언론과 협업을 시작했고, 지금 언론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hr />
2수(手). 어둠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 센터 설립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9년 4월 서울시청에 광고비 지출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비공개 결정을 통지받았다. 행정심판을 걸어 2년 뒤인 2011년 2월에야 공개하게 만들었다. 그게 기준이 돼서 현재 모든 지자체는 광고비를 공개하고 있다. 설령 바로 공개하진 않더라도 행정심판을 통해 모두 공개할 수 있다. 행정심판이 행정소송보다는 빠르기 때문에 그리 나쁘지 않다. 지금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광고비를 공개한다.
- 이처럼 선례로 남은 다른 사례는.
2013년 4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공개하도록 농수산품질관리원에 청구한 적이 있다. 2012년 한해만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제도를 위반한 총 건수가 86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284건은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았고, 거짓 표시한 경우는 582건이나 됐다. 정보공개센터가 계속 청구를 하다보니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자는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어갔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원산지 표시를 당연하다고 여기도록 인식을 바꾼 사례다.
요즘은 국회에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은 국회 특수활동비는 빙산의 일각이다.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 국회에서 분별없이 쓰는 예산 지출 내역을 청구하는 중이다. 소송까지 가면 대부분 이기는 편이라 정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책자료 발간비 청구 소송에 이겼다. 꾸준히 청구하다 보면 국회와 관련된 정보도 자유롭게 받아볼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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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手). 정보공개청구, 잽을 날려라
- 정보공개청구 잘 할수 있는 방법은.
요즘은 웬만한 곳은 정보를 잘 주는 편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일반적인 행정기관은 잘 준다. 문제는 소위 권력기관들이다. 국회, 청와대, 외교부처럼 힘깨나 쓰는 곳들.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중요한 점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무거우면 곤란하다. 정보공개청구는 시간이 적게 걸리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 생각나는 것들을 이것저것 해보고 궁금한 내용을 그때그때 청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딱딱하게 공문서식으로 정리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자 납세자로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행정심판 정도까지는 해보는 게 좋다.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반면 행정소송은 돈이 든다. 패소하면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
- 가볍게 잽을 날리는 느낌이다.
그렇다. 최근에는 내 집 주변 문제를 청구한 적도 있다.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 가축 축사가 너무 많아서 악취 문제가 심각하다. 지자체가 축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 가령 교육, 건축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청구하면 좋다. 기자들도 요즘엔 취재원만 통해서는 정보를 입수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시대 추세에도 안 맞다. 정보공개청구를 가벼운 마음으로 하다 보면 10개 중 1개는 의미 있는 게 나온다.
- 지자체가 무슨 정보를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각 지자체 및 공기업마다 정보공개 목록을 만들어서 관리한다. 하지만 정보목록 작성이 대부분 부실하다. 그래서 목록을 찾아보지 않고 일단 물어보는 편이다. 한 번에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으면 2차, 3차 청구를 통해서 얻어낸다. 한 번에 만족스러울 정도로 정보를 받기는 쉽지 않다.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 없이 여러 번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4수(手). '마인드' 소프트웨어가 중요
- 말은 쉽지만, 어려움이 많았을 듯 하다.
문제는 정보를 PDF 파일로 공개할 때다. 심층보도를 할 때는 파일만 엑셀 형태로 받을 수 있으면 데이터를 분석하기 굉장히 수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정보를 PDF 형식으로 공개한다. 사소해보여도 '디테일'은 중요하다. 국회나 정부에서 나서서 데이터 형식을 정해주면 되는데 이게 잘 안된다. 시민단체에서도 데이터를 PDF 형식으로 받으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변환한다.
- 뉴스래빗도 늘 같은 고통을 받는다.
(뉴스래빗은 13회째 국회의원 의정활동 분석 데이터저널리즘 #국회데이터랩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및 선거관리위원회 상대 정보공개 실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http://newslabit.hankyung.com/list/tags/국회데이터랩 )
정보공개청구와 정보공표제도를 통해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아직 관료들의 '마인드'가 폐쇄적이다. 제도가 하드웨어라면 그걸 실행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관료들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정제하거나 복사하는 작업을 과외 업무라고 생각한다.
- 민감할수록 더 꼼꼼하게 감추나.
늘 씨름하고 있는 국회도 정보를 잘 주지 않으려고 한다. 연구용역보고서를 청구했는데 영수증만 공개하고 보고서를 안 준다. 연구용역보고서를 표절하는 사례가 엄청 많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비공개 사유가 '의정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란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보 공개는 결국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투명성은 많은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권력의 부정한 커넥션을 억제한다. 소위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같은 국가들은 일찍부터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뿐만 아니라 모든 '데이터'까지도 시민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hr />
5수(手). 업데이트=정치개혁
- 관료 '마인드' 개선 방법은.
앞서 말했듯이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국회가 앞장서서 정보공개법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스스로 정보공개법을 안 지키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국회에서 개정이 안 되니까 관료의 마인드 즉,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없는 셈이다. 대법원에서 수차례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는데 국회사무처는 이를 따르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
국회의 데이터 관리도 문제다. 국회에서 자료를 주로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국회의원 4년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쌓은 자료들이 모두 사라진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자료들인데. 행정부만 하더라도 담당자가 바뀌면 자료를 모두 이관하게 되어있는데 국회는 그런 것도 없다.
결국 정치개혁을 통해 마인드를 바꿔야한다. 지금 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도 그 일환이다. 국회가 먼저 바뀌고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보 공개 업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이를 담당하는 인력이 훨씬 더 많이 충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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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수(手). 시민과 한국 사회의 투명성
- 정보공개에서 정치개혁 운동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정보공개와 정치개혁을 통해 이룬 투명한 사회를 지속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정보공개 교육을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과 정보공개 교육을 하면 사회 나가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해나갈 생각이다. 다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보공개제도는 18세기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스웨덴은 비례대표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스웨덴이 지금의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기까지 못해도 200년 넘게 걸린 셈이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알아갈수록 한국 사회도 그만큼 투명해질 것이라 믿는다.
-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어린이·청소년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인권이라는 게 굉장히 폭넓다. 기후변화조차도 어린이 인권과 관계가 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어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경쟁구조, 불평등구조 등 어른 세대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다. 현 세대가 직면한 인권과 환경문제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최대한 많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을 먼저 주체로 인정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데도무문?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엔 문이 없다는 사자성어입니다. 송나라 선승인 무문 혜개(1183~1260)의 수행 이치를 담은 책 '무문관(無門關)'에 쓰여 있죠. '데도무문(데이터+대도무문)'에서 문 없는 큰 길, 데이터 분야에 몸담은 사람을 인터뷰하며 수(手)를 배워봅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박진홍(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2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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