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끝난 롯데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될 것"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호텔롯데 내년께 상장 후
롯데지주와 합병…지주사 완성
일본롯데의 영향력 축소
성장전략 다시 탄력
인도네시아·베트남 투자 등
10여건 11조 M&A 검토
대규모 투자·고용도 곧 발표
[ 류시훈/안재광 기자 ]
지난 2월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법정구속 이후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섰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됐지만, 대주주의 결단과 모험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됐다. ‘호텔롯데 상장→롯데지주와의 합병→일본롯데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지배구조 추가 개편 역시 한발짝도 이뤄지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간 현상 유지에 급급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상 퇴보한 8개월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남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그룹비전인 ‘뉴 롯데’ 건설에 다시 탄력이 붙게 됐다. 신 회장은 재판으로 손상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및 ‘통 큰’ 고용 계획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내년 상장
뉴 롯데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고,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줄여 ‘가족기업’과 ‘일본기업’이라는 시장 불신과 오해를 불식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 첫 단계로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롯데지주가 출범했다. 롯데지주엔 쇼핑·푸드·칠성음료 등 55개 계열사가 편입돼 있다. 순환출자 고리도 대부분 끊었다. 하지만 총수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이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중단됐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2, 3단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지주사의 자회사 수를 70여 개로 늘리는 2단계 개편 이후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해 명실상부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롯데건설(42.3%) 롯데캐피탈(39.3%) 롯데물산(31.3%) 롯데상사(34.6%)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지분율 약 99%)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주주 비중을 낮출 것”이라며 “내년 상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투자·M&A 속도 낸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국내외 투자와 M&A도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구속 직전까지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해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현지 정·재계 인사와 네트워크를 맺고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가장 큰 성과는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인도네시아 복합 석유화학 단지 건설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부지까지 매입하고 등기를 끝냈지만 올 들어선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신 회장은 투자 규모만 4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사업 추진을 위해 연내 현지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M&A로 신사업을 확장해온 롯데의 성장 전략도 다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롯데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외 M&A 검토 대상만 10여 건, 금액으론 11조원에 이른다. 총수 부재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M&A엔 최대 악재였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미뤄왔던 베트남 제과업체 인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유통 매장 확장, 미국 등 호텔 인수, 유럽 화학업체 인수 등을 위한 검토 작업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롯데의 움직임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결과와 대북 제재 완화 여부 등에 따라 식품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자체 태스크포스팀에서 검토 중이다. 롯데는 1994년 북한에 초코파이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올해 그룹 인사 빨라질 듯
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이 연말 인사를 앞당겨 시행해 분위기를 일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롯데는 2015년까지 그룹 인사를 연말에 했지만 경영비리 혐의와 최순실 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이 잇따랐던 2016년과 2017년엔 해를 넘겨 인사가 이뤄졌다. 인사 폭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롯데의 다른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만 보면 3년 가까이 근무한 계열사 대표들의 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할 때인 것은 맞다”며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지, 상당한 교체와 자리 이동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사업부분(BU) 체제의 유지 여부도 신 회장의 결심에 달렸다.
류시훈/안재광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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