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여의도 집값 족집게, '상승'에서 '하락'으로 돌변한 이유

입력 2018-10-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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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인터뷰
"정교한 세금 정책…집 살 필요 없어졌다"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하는 식의 투자 전략은 끝났습니다. 내년부터 서울 대형·경기권 6억원 이하로 투자 수요가 옮겨 갈 겁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서울 집값 전망을 수정했다. 그는 상승론자였다. 지난 6월 출간한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 뉴타운 아파트 불패론을 주장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말 갑자기 집값 전망을 수정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모두가 강세장을 외치는 듯한데 저는 2019년 약세장 전망하겠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집코노미가 채상욱 애널리스트를 만나 전망을 바꾼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집값 상승론자였다. 지난달 정부 대책 이후 집값 하락론으로 돌아섰다.

“다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양도세 중과 정책으로 봤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임대 등록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로 최대 70%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중소형 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무조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6억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장특공제 혜택을 없앴다. 이제 양도세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15억원에 사서 25억원에 팔면 양도세로 7억원을 내야 한다. 차익이 3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유기간 동안 내는 종합부동산세가 3억을 넘어간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집을 사겠는가. 투자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작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임대 등록한 40만 가구만 ‘노아의 방주’를 탔다.”

▶보유세 강화도 집값 하락 원인이 될까.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엑셀로 세금 계산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서울에 15억원짜리 전용 84㎡ 아파트를 두 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계산해 보면 올해 종부세를 600만원 내고 내년에는 1500만원 낸다. 그 다음에 2500만원, 그 다음에 4500만원 낸다.

다른 예로 자가 주택이 하나 있는데 투자로 15억원짜리 한 채를 더 샀다고 치자. 올해까지 종합부동산세를 480만원 내는데, 내년에 1500만원을 내야한다. 그다음에 2500만원, 3500만원 내야한다.주택에 대한 보유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임대 등록해도 종부세가 가산된다. 다주택자 세 부담이 대폭 늘었다.”

▶다주택자의 투자수요가 사라져도 무주택자의 실수요가 남는다.

“작년 국내 자가 점유율은 56.8%다. 이 비율이 거의 20년째 유지되고 있다. 2016년에는 총 26만 가구가 공급됐다. 같은 기간 무주택자가 22만 가구 늘었다. 1주택자가 수는 줄고 2주택자는 11만 명이 늘었다. 무주택 가구는 계속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 실수요만 남게 된다. 내년부터는 실수요자 시장으로 바뀐다. 실수요자 수요만으로 집값이 올라가기 어렵다. 무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6억원 미만 주택에는 장특공제가 유지된다.

“6억원 미만의 주택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합산과세한다. 예컨대 서울 신도림 어느 아파트를 한 사람이 200여 가구를 소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1800억원이지만 6억원 미만 주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종부세가 가산된다. 이제 주택 보유 개수를 늘릴수록 보유세 부담이 증가한다. 이런 건 처음이다. 하지만 6억원 미만 주택 장특공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내년 기준으로 6억원 이하, 5~6년 미만 신축 아파트가 많은 곳은 경기권이다. 경기권 6억 이하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서울에도 6억원 이하 구축 아파트가 있는데?

“구축은 투자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8년 이후로 신축이 시장을 주도한다. 구축이 이를 따라간다. 신축 시장도 조정되는데 구축이 올라간다는 건 소설이다. 지금 주택 시장은 상품 시장이지, 입지 시장이 아니다. 2008년경부터 준공된 아파트는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갔다. 커뮤니티 시설이 일반화됐다. 청담동이 개포동보다 입지가 안 좋아서 상승률이 둔한 게 아니다. 당산동이 영등포보다 입지가 안 좋아서 덜 오른 게 아니다.”

▶서울 내 수요는 어떻게 움직일까

“대형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 장특공제 혜택이 사라진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져서다. 대형 주택은 중소형 주택에 비해 평단가가 훨씬 싸다. 실수요자들은 당연히 넓은 주택을 선호한다. 다주택자는 작은 아파트 2~3채 살 돈으로 대형 아파트 1채를 사게 된다.”

▶‘강남불패’라는 말도 사라질 것인가?

“중소형 약세, 대형 강세는 입지 불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전용 84㎡를 31억원 주고 살 수도 있다. 그런데 1주택자라면 고민을 하게 된다. 그것 사서 차익으로 10억 벌어봐야 7억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당장 중형 아파트와 대형 아파트의 가격 갭이 크지 않다. 실수요자라면 대형평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참여정부 때보다 세금 정책은 정교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많은 사람이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2기’라고 말한다. 다시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는 설도 있다. 2019년 세금 정책을 아직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법은 작년 ‘8·2 대책’으로 굉장히 강화됐다. ‘9·13 대책’을 통해서 더 치밀하게 보강됐다. 세금 부분에선 참여정부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다주택자를 이렇게 정교하게 규제한 적은 없다. 결국 시장이 대책을 만든 것이다. 8·2 대책의 약점을 간파하고 시장의 수요가 중소형에 몰렸던 잘 보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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