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얘기를 해보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 기준으로 지난 4일 새벽에는 배럴당 76.90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그럼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신흥국 통화 가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가 겨우 안정세를 찾았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제조업 기반의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들이어서 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무역을 어렵게 만들고, 제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며, 최근에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신흥국 통화 가치는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신흥국 위기가 비약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이어지고 있고 (사실 ‘바이 코리아’라는 말도 우리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일단 유가가 더 상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다행히 시장이라는 것이 알고 맞는 매는 피할 수 있지 않나.
먼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합의 이슈다. 무역 분쟁의 주인공은 물론 미국과 중국이지만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 함께 진행되던 주변국 함께 때리기는 점차 줄어드는 듯하다. 즉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줄어들었던 원유 수요의 복귀는 유가 상승을 지지할 것이다.
OPEC의 증산 거부도 변수다. 트럼프가 고유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지난달 23일 있었던 OPEC 회의에서 추가 증산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태어나 보니 안주머니에 원유를 잔뜩 품고 있는 재벌 3세 OPEC 산유국들은 트럼프가 무섭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OPEC 국가 중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감산 이슈가 있다. 그런데 이게 자발적이 아니라 비자발적인 것이 더욱 원유 증산 국면이 돌아오기 어렵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란은 한 달 뒤면 미국의 2차 경제 제재를 앞두고 있고,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은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이처럼 경제 제재가 가까워지면 이란의 원유 생산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1만4000%라고 하는데 무슨 돈으로 생산할까. 점점 그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인이 많이 나갔으니 돌아오지 않겠어요?”라는 말보다 유가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집 나간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는 시기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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