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세는 '전기레인지'…"30~40대 엄마들 잡았다"

입력 2018-10-08 10:56   수정 2018-10-08 13:48

9월까지 판매량 65만대 기록
전년比 30% 성장, 올해 80만대 전망
가스레인지 넘어 판매 비중 '80%' 육박




# 20개월 아들을 키우는 김채린(42)씨는 최근 전기레인지를 구입했다. 100만원 넘는 가격이 부담됐지만 아이가 가스레인지에 데인 뒤 고민은 사라졌다. 별도의 공사가 필요없어 구입과 설치까지 3시간이면 충분했다. 김씨는 "실용성이 강화된 하이브리드(인덕션+하이라이트) 제품을 선택했다"며 "비싼 가격을 제외하면 단점을 찾기 힘든 수준"이라 말했다.

전기레인지가 주방가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레인지 보다 4배 이상 비싸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안전하고 편리하다" "조리시간이 단축된다" "디자인과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호평이 영향을 미쳤다. 아기나 반려동물을 둔 젊은층과 70대 이상 노년층의 관심이 특히 높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레인지는 약 6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0만대)과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룸과 오피스텔 등에 주로 설치됐지만 최근에는 일반 가정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30~40대 주부와 70대 이상 노년층의 구입 비율이 높다"고 귀띔했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2005년대 10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년 두 자릿 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60만대로 늘었다. SK매직, 린나이, 쿠쿠, 쿠첸 등 중견 가전업체의 경쟁에 삼성·LG전자가 가세하면서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80만대에 달할 것"이라 관측했다.

전기레인지는 열을 내는 방식에 따라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로 나뉜다. 인덕션은 자기장을 이용해 열을 내는 방식으로 화구 아래에 코일을 장착해 전기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형성돼 열을 발생한다. 화재(화상)의 위험이 없고 열 손실이 적어 발열 속도가 빠르다. 다만 별도의 전용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열선이 상판을 직접 가열하는 방식이다. 열을 내는 방식만 다를 뿐 열을 전달하는 구조는 가스레인지와 유사하다. 하이라이트는 가스레인지와 같이 화재 및 화상의 위험이 있다. 고양이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이라이트는 인덕션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원룸, 오피스텔 등에 주로 설치된다. '전기레인지는 화력이 약하다'는 편견이 생긴 것도 저가형 하이라이트 때문이다.

업체들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덕션과 하이라이트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품을 주로 내놓고 있다. 인덕션의 안전·조리성능과 하이라이트의 확장성을 접목한 것이다. 설치 편의성도 큰 폭으로 향상됐됐다. 전기레인지는 높은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승압공사(전압을 높이는 공사)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파워코드를 적용돼 코드에 꽂아 사용하면 된다. 최근에는 상판 유리를 보호하는 특수 강화유리가 적용된 제품과 여러 개의 화구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상반기 전기레인지 판매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전기레인지 판매에 집중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중견업체들이 50만원 이하 하이브리드 제품을 출시하면서 "전기레인지는 비싸다"는 편견도 사라지는 추세다. SK매직과 쿠첸이 국내시장 선두 자리를 다투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기레인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연평균 2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 년내 100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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