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동문 4명이 참여, 실리콘밸리 등에서 7억 초기투자 받아
2014년 KAIST 경영대 기숙사에 정전 사건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방에서 맥주를 빚던 중 차단기가 내려갔던 것. 그 일로 기숙사에서 쫓겨날 뻔했던 학생은 MBA를 졸업한 후 기업가로 변신했다. KAIST MBA 동문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유기농 발효음료 스타트업인 부루구루를 창언한 박상재씨(30)의 얘기다.
부루구루엔 네 명의 KAIST 석박사들이 실무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훈씨(29, KAIST 테크노 MBA 재학)와 추현민씨(40, 테크노 MBA 2015년 졸업), 김형진씨(31, 경영공학부 박사) 등이다.
이들이 주목한 아이템은 녹차나 홍차를 우린 물에 여러 미생물로 구성된 공생체(Scoby)를 넣어 발효한 음료인 '콤부차(Kombucha)'다. 중국 만주 일대에서 유래한 음료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즐겨마셔 유명해졌다. 최근에도 미란다 커, 레이디 가가 등 헐리우드 스타들의 기호식품으로 콤부차를 즐겨 마시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콤푸차 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년부터 30% 이상 시장 규모가 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탄산음료가 주도했던 음료 시장이 건강음료를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다.
코카콜라와, 펩시코, 닥터페퍼 스내플 등 글로벌 음료 업체들도 콤부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5년부터 투자와 기업인수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부루구루도 국내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스파크랩벤처스로부터 총 7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콤부차는 맥주와 제작 방식이 비슷하다. 양조 전문가로 통하는 박상재 대표가 콤부차를 창업 아이템으로 고른 이유다. 그는 수제 맥주를 만들 때처럼 설비 하나하나를 직접 제작했고 창업 6개월만에 종균 배양 용기에 관련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박상재 대표는 "해외에선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20~30%가 창업을 하지만 한국에선 MBA 출신 창업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루구루의 성공으로 MBA 창업의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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