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날 만남과 관련,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 총 시간은 5시간 30분이라고 전달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북한에 갔던 분들께 얘기를 들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외신보도를 고려해보면 오전에 2시간을 만나고, 점심을 1시간 30분가량 함께하고, 오후에도 2시간가량 접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충분한 시간과 성의를 다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오전과 오후 면담에서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통역 이렇게 3명만 있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경우 오찬을 함께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지만, 오찬장에만 배석하고 오전·오후 접견에서는 빠진 셈이다.
여기에는 8월 하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가 원인으로 지목된 점도 영향을 줬으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이 껄끄럽게 느낄 수 있는 김 부위원장을 배석자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배려하면서,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변인은 미국 국무부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런 내용을) 얘기했다는 점은 확인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나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도 북미 간 논의가 됐나'라는 질문에는 "미 국무부와 북한이 발표하지 않은 것을 한국 정부가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날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에서)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를 협의했다"고 브리핑한 것과 관련 '이미 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을 참관하는 것은 윤 수석의 설명과 시제가 안 맞지 않나'라는 질문도 나왔으나, 김 대변인은 "우리 말이 영어에 비해 시제가 좀 불분명한 것이 있지 않나.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접견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언급됐느냐는 물음에도 "윤 수석의 브리핑으로 갈음해달라"고만 답했다.
윤 수석이 브리핑 전 미국과 상의를 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 상황적으로 여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참모진이 초고를 써준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쓴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 상원의장과의 접견 등 여러 통로로 얻은 정보에 바탕을 두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지금의 흐름이 남북문제나 북미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동북아를 둘러싼 국가들의 세력균형 틀이 바뀐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유럽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 냉전체제가 종식됐는데, 그 후 30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와 동북아에 냉전체제가 남아있다. 이런 큰 흐름이 바뀐다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북일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한 것을 두고도, 김 대변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새로운 관계 모색을 하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형성 과정에서 시차는 있겠지만 북일관계 역시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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