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가에 제조벤처 모셔온 뉴욕시…도시가 달라졌다

입력 2018-10-08 17:31  

'메이드인뉴욕시티' 사업 15년

낡은 건물 리모델링해 임대
패션 등 年 100개 기업 유치
올해 첫 공장투어·일자리 축제



[ 김현석 기자 ]
“3년 전 이곳 GMDC(제조업지원센터)로 옮길 때 10년간 낮은 임대료에 계약하면서 스프레이부스(칠 작업을 하는 밀폐 공간)를 2개 설치할 수 있었죠. 덕분에 전보다 매출이 약 50% 늘었습니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알크미페인트웍스의 제이슨 브라운 대표가 한 말이다. 이 회사는 예술가들이 주문하는 페인트 작업을 대행해준다. 정규 직원이 3명이고, 일이 많을 때는 비정규직 직원도 여러 명 고용한다.

뉴욕시는 2003년 ‘메이드인뉴욕시티(MINY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핀테크(금융기술)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의 부상으로 주력 산업인 금융업과 미디어, 패션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자 대안으로 제조업 지원에 나선 것이다. 공공기금을 모아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등지의 슬럼가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제조업지원센터로 리모델링한 뒤 중소 제조기업이나 창업자들에게 시세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으로 장기 임대해주고 있다.

톰 도너휴 MINYC 프로그램 디렉터는 “매년 평균 100여 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거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MINYC의 지원을 받은 업체는 1258개에 달한다. 이 중 50여 개는 매출 1000만달러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뉴욕시 특성에 맞게 패션·보석 업종이 32%로 가장 많고 음식료, 홈퍼니싱(집 단장) 업종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시가 제조업 지원에 나선 것은 고졸 이하 취업자에게 가장 많은 임금을 주는 업종이어서다. 노동자 평균 연봉을 보면 제조업은 5만1934달러(약 5870만원)지만 유통업은 2만9767달러, 숙박음식업은 3만6547달러, 헬스케어 업종은 4만8175달러 등이다.

고용 효과도 크다. 뉴욕시에는 7000여 개 중소 제조업체가 있는데 이들은 약 6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GMDC만 해도 알크미페인트웍스, 인섹디자인, 비요크우드워킹 등 2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브라이언 콜먼 GMDC 최고경영자는 “건물 매입부터 리모델링까지 4100만달러가 소요됐으나, 현재 24개 중소 제조업체가 입주해 상시 고용인력만 80명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뉴욕시는 제조업 확대를 위해 처음으로 지난 5일(미국 제조업의 날)부터 1주일간 ‘MINYC 위크’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제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민과 학생 대상 공장 투어, 취업박람회, 네트워크모임, 길거리 장터 등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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