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지지선 뚫리자 자본이탈 위기 증폭…2년前 공포 되살아나나

입력 2018-10-08 17:40   수정 2018-11-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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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출 비상 걸린 중국

외환보유액 14개월 만에 최저
통상전쟁·美 금리인상 여파로
대규모 外資유출 불안감 커져

中당국, 외환시장 개입 나섰지만
위안화 가치 한 달간 0.6% 하락
지난달 자금 227억弗 빠져나가

中, 자본유출 차단 총력전
증시 안정 위해 지준율 전격 인하
은행권 WMP 주식투자 허용키로



[ 강동균 기자 ]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의 밍밍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국경절(10월1~7일) 연휴에 매년 가던 해외여행을 결국 포기했다. 1주일을 쉰 뒤 8일 개장하는 상하이증시와 중국 외환시장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밍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경절 연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낸 투자자가 유난히 많았다”며 “최근 투자자 사이에선 2년 전 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며 촉발된 자본 유출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국에서 2016년과 같은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가 생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번갈아 강타하고 있는 시장 불안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에도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 탓에 장기 휴장한 중국 시장과 달리 1일 하루만 쉬고 2일 문을 연 홍콩 증시는 5일까지 4.4% 떨어졌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FTSE 차이나 A50 지수도 같은 기간 4.3% 하락했다. 이 지수는 중국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대표 우량주 5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주 홍콩 외환시장에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한때 6.9174위안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9위안을 넘어섰다.


◆줄어드는 외환보유액

중국 정부는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고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고 증시 부양을 위해 잇따라 초강수를 두는 등 달러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방어에 본격 나서면서 지난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7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민은행은 9월 외환보유액이 3조870억달러로 전달보다 227억달러(약 26조원) 줄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감소 폭인 5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6~7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8월에 전달보다 82억3000만달러 줄어든 데 이어 9월엔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달러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매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에도 지난 한 달간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0.6% 하락(환율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3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국채도 발행할 예정이다. 달러표시 국채 발행은 2004년과 작년 10월에 이어 세 번째로, 1년 새 두 차례 발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자본 유출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달러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줄 잇는 증시 안정화 조치

중국 정부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과 외국계 은행 등에 적용하는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지준율 인하로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5.5%에서 14.5%로 떨어진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 대출하지 않고 중앙은행에 의무 예치해야 하는 비율로, 지준율이 낮아지면 통화 공급이 늘어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부진에 빠진 실물경제를 지원하면서 증시 안정을 꾀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기준) 역할을 하는 상하이증시는 올해 들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국경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은행에서 판매하는 자산관리상품(WMP)을 통한 주식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WMP는 고금리를 내걸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그 규모가 22조3200억위안(약 3600조원)에 달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 차입 통로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중국 그림자금융(비은행 금융회사의 자금 중개) 확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리차오 화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중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유동성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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