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투자 억압환경, 그냥 둘 건가

입력 2018-10-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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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동떨어진 ‘유턴 지원정책’ 탓에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 수가 미미하고, 일시 복귀 후 해외로 다시 나가는 일마저 빈번하다는 한경 보도(10월8일자 A1, 3면)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유턴 지원책이 시행된 2013년 이후 5년간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원이 아니라 규제로 느낄 정도”라는 한 유턴 기업인의 말에선 좌절과 울분이 묻어난다.

유턴(reshoring)정책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핵심 성장전략이다. 미국은 2010~2017년 7년간 2200여 개 공장을 귀환시켰고, 3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포드 인텔 캐터필러 GE 애플 등이 유턴 대열에 동참했다. 독일 아디다스도 정부 지원 아래 중국과 베트남의 운동화 생산기지 확충을 바이에른주 ‘스피드 팩토리’ 건설로 변경했다. 일본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724개 기업이 돌아왔다.

한국도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지금까지 유턴기업은 모두 5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투자와 일자리 파급효과가 적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유턴은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돌아온 LG전자 세탁기공장이 유일하다.

‘속빈 강정’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유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원한다는 말을 믿었는데 결국 아무 지원도 못 받았다”고 한탄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새로 짓는 공장에 저당설정을 요구하는 등 현장과 괴리된 까다로운 지원조건이 붙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약속한 공장 주변 인프라 구축이 무산되고, 결과적으로 고용이 부진하자 받은 보조금을 회수해갔다는 사연도 줄을 잇는다. 다시 해외로 나가버리는 ‘역유턴’ 기업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듯한 투자환경이 유턴정책만은 아닐 것이다. 시늉뿐인 규제 혁파와 ‘친노조’ 일변도 노동정책이 근본적 문제다. 현대자동차에 사내하청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고용노동부의 최근 조치가 단적인 예다. 문제의 원인이 된 파견법 개정은 제쳐두고, 하청업체 노동자와 직접 교섭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내놓은 정부를 믿고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는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융통성 없는 근로시간제 등도 투자 매력도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 지배구조 등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월권적 압박은 기업할 최소한의 자유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우호적이라는 인터넷 기업들도 구글 페이스북 등에 비해 역차별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히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이 1700여 곳으로 유턴기업 수의 300배를 웃도는 배경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직접 찾아 “투자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실천이다. 문 대통령은 연초에도 청와대에서 규제혁신 토론회를 주재하며 ‘혁명적 규제 혁신’을 언급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SK하이닉스 방문 당시 내건 ‘기업은 투자를, 정부는 지원을’이라는 슬로건대로만 하면 된다. 도그마가 돼버린 수도권 규제, 의료 규제 등을 포함한 ‘파괴적 혁신’만이 ‘투자 빙하기’를 돌파하는 묘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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