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공사, 저유소 옆 잔디화재 18분 동안 몰랐다

입력 2018-10-09 16:55  

지난 7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의 원인이 인근에서 날아온 풍등 때문인 것으로 중간수사 결과 밝혀졌다. 개당 1000~2000원에 불과한 풍등이 엉뚱한 곳에 날아가 43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불렀다. 풍등을 날린 외국인 근로자도 호기심에 불을 붙인 뒤 손에서 놓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실화(失火)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화재 현장 인근 공사장에서 불이 붙은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A(27)씨를 붙잡아 중실화(중대한 실수로 불을 냄)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32분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 현장에서 직경 40㎝, 높이 60㎝의 풍등에 불을 붙였다. 순간 풍등이 올라가면서 손에서 놓쳤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간 것은 알았으나 불이 붙은 것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이날 “외국인 근로자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했으며,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저유소 인근의 화재예방 시설이나 자동소화 시설 구축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풍등이 저유소 인근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은 오전 10시36분부터 저유소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간 10시54분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화재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휘발유 탱크 외부에는 화재나 연기감지센서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날 대한송수관공사 경인지사에는 6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공사장 인근에 주운 풍등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일 인근 초등학교의 학부모행사에서 풍등을 날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추측되고 있다. 화재사건 현장과 초등학교는 직선으로 800m 가량 떨어져 있다.

풍등을 날리는 행사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따라 올해부터 허가 없이 풍등 같은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행위는 불법이다. 소방당국에 신고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풍등행사가 있었던 초등학교 인근 상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풍등을 날리는게 불법인지도 몰랐으며, 대형 저유소가 우리 동네 있는지는 더욱 몰랐다”고 말했다.


고양=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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