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빅데이터 등 활용
생산성 향상·원가 절감 기대
[ 박상용 기자 ] 지난 8일 울산 LS니꼬동제련의 온산제련소 1공장(사진). 용광로에서 뽑아낸 구릿물로 순도 99.5%의 정제조동(불순물을 걸러낸 동)을 생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정제조동은 전련공장으로 옮겨진 뒤 전기분해를 거쳐 순도 99.99%의 전기동이 된다. 이 공장 관계자는 “온산제련소는 연산 68만t 규모로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라며 “세계 전기동 생산량의 4%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 마술사’로 불리는 LS니꼬동제련이 온산제련소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전 과정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컨설팅업체인 AT커니와 함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최종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제련소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독일 아우루비스 제련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이 공장이 스마트팩토리로 바뀌면 생산성은 크게 높아지고 원가는 낮아질 전망이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취합한 뒤 AI가 최적화한 공정 해법을 찾는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원료 수급에 변수가 생기면 AI가 제시한 해결책에 따라 제련과 전련 과정에서 곧바로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원료를 투입한다. 회사 측은 효율적인 환경·안전 관리와 조업 안정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온산제련소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도입은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국제 동제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동광석의 순도가 30%대에서 20%대로 떨어졌다”며 “중국과 인도는 낮은 인건비를 내세워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탄소배출권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공장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한도는 2008년 기준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설비가 증설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 한 초과 배출이 불가피하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근로시간 단축)도 경영 애로사항 중 하나다. 온산제련소는 1~2년마다 15~45일씩 공장을 멈추고 유지보수 작업을 한다. 그동안 4조 3교대로 인력을 투입해 왔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을 확충하거나 보수 기간을 늘려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보수 기간이 하루 늘어나면 매출이 200억원 줄어든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울산=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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