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 소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증세를 이어가 올해는 방일 관광객 수에서 중국을 제치고 한국이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같은 현상을 일본 사회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치 분야에선 한·일 관계가 마찰을 빚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본격적인 ‘일류(日流)’ 붐이 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마저 일본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젊은 층의 일류(日流)조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등 일본 작가들이 한국 서적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야쿠마루 가쿠(‘돌이킬 수 없는 약속’)작가가 지난달 한국 작가를 포함한 베스트셀러 전체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한 점도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일본 작가들이 한국 출판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현상을 살짝 들뜬 분위기로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소설을 통해 일본 문화와 사회를 배우려는 또래가 많다”는 한국 젊은 층의 인터뷰도 전했습니다.
한국인의 일본 관광객이 늘어나는 점도 일본은 반색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7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40%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최다 방문객 국가인 중국(735만 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올해도 6월 까지 한국인 관광객은 401만 명으로 중국(405만 명)에 맞먹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방일 관광객 수에서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후쿠오카나 돗토리현 등 한국에서 가까운 지방을 여행지로 삼은 젊은이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일본어를 배우는 인구도 늘고 있는 점도 일본이 반기는 현상입니다. ‘중국어는 배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고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일본어 학습을 시작한 점을 ‘일본어 교육 부흥’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편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호의적인 정서가 늘어난 이유를 분석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높은 실업률로 괴로워하는 한국 20~30대가 한국 사회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오히려 일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현재의 취업난이 고국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졌고, 이것이 전통적인 ‘반일감정’을 뛰어넘어 일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원인이 됐단 것입니다.
일본 언론의 ‘일류 붐’ 원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일본에서도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시 ‘한류’가 일고 있는 만큼 양국간의 호의적인 감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국 간 상호이해가 깊어지고 교류활성화가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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