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시작되는 20대 국정감사 풍경이 이전에 비해 조금 달라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년 반복됐던 대기업 총수 증인·참고인 채택과 이에 따른 '망신주기' 면박 등 구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 부문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에서 대기업 총수의 증인·참고인 소환이 크게 줄었다. 매년 국감에 수시로 증인으로 채택돼 왔던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재계 총수들은 올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치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경제계 대표와 주요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개별 사안에 대해 대기업 총수를 부르는 것은 지양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국정감사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게 기본 목적이다. 그렇지만 그간 일부 상임위 국감에서는 이러한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기업 감사'나 '개인 감사'로 다소 변질된 듯한 양상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기업인이나 개인이 증인·참고인으로 소환될 경우 실정법을 위반할 소지도 없지 않다. 국정감사의 법적 한계를 정의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신청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되고,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는 감사·조사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에 정부인사가 아닌 경제인, 문화인 등을 불러 개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 총수들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국정감사법의 법리적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국감 증인 채택이나 질의가 마치 국회의원들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감이 대기업 총수나 유명인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불러 '망신 주기식' 감사 행태를 보여온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난해 19대 국감에 나온 전체 증인 10명 중 4명이 기업인이었다.
다만 이번 국회에서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증인 채택을 하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국감부터 국회가 얼마나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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