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IT과학부 기자)10년 전쯤 젊은 층에서 ‘도토리 선물’이 유행한 적이 있다. 먹는 도토리 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에서 통용되던 사이버머니 도토리 얘기다.
도토리가 처음 등장한 건 2002년 9월. 미니홈피나 아바타를 꾸미는 데 쓰였던 도토리는 싸이월드 열풍을 타고 활발하게 거래됐다. 한때 하루 평균 3억원어치씩 팔려나가 싸이월드가 도토리 판매로 1년에 1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을 정도다.
‘가상화폐의 원조’로 불리기도 하는 도토리지만, 싸이월드의 인기가 저물면서 이용자들 기억에서도 잊혀져 갔다. 유료로 구입한 도토리는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환불받을 수 있는데도 그대로 묵혀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도토리 한 개는 100원의 가치를 갖는다. 반면 충전은 최소 10개(1000원) 단위로 가능했기 때문에 쓰다 남은 도토리가 수백~수천원어치씩 쌓인 계정이 적지 않다.
도토리 환불 신청법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우선 네이트 도토리충전소(dotori.nate.com)에 로그인해 도토리 보유내역을 확인한다. 충전한 도토리가 남아있다면 화면 왼쪽의 ‘고객센터 문의’로 들어간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뒤 서비스분류 항목에서 ‘도토리’와 ‘환불’을 각각 선택한다. 계좌번호와 은행명, 예금주를 적고 “도토리 환불을 원한다”는 글을 남기면 된다.
이후 네이트 고객센터에서 충전내역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계좌로 금액을 입금해 준다. 다만 관련법에 따라 10%의 수수료를 떼며, 다른 사람에게 선물받거나 이벤트에 당첨돼 공짜로 얻은 도토리는 환불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난 수 년동안 도토리는 여러 산전수전을 겪었다. 우선 ‘고향’인 싸이월드에서 쓸 수 없게 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 소속이던 싸이월드는 2014년 1월 종업원지주회사로 분사했다. 네이트와 싸이월드가 완전히 분리되는 와중에 도토리 운영권은 SK컴즈에 남았다. 현재 도토리는 네이트의 운세, 소설, 만화, 문자메시지 등 일부 서비스에서만 쓸 수 있어 쓰임새가 그다지 넓지 않다.
홀로서기에 나선 싸이월드는 ‘포도알’이라는 새 사이버머니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용자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 회사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어 ‘클링’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개발하고 있다. (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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