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파' 이번엔 제대로 하자
제안자가 '규제 손실' 책임지게 하고
규제 방치는 '범죄'로 규정해야
비대해진 공정위 역할 축소를
[ 고재연 기자 ]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부작용을 규제를 제안한 사람이 직접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
42년간 ‘삼성맨’으로 일하면서 그중 18년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74·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사진)은 “규제를 줄이지 않는 것을 불법 로비와 결탁할 수단을 용납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규제 신설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규제 실명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윤 전 부회장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이 불공정 거래로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엄격하게 감시해야 하지만 지금의 공정위는 그 역할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정부와 정치권이 쏟아내는 ‘규제’를 지목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피터 드러커)로 평가받던 한국이 규제를 무기로 내세운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탓에 활력을 잃어버렸다는 진단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돼야 할 사안에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부회장은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근로자가 원해도 일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국민을 게으름뱅이로 만들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정치권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면서 반(反)기업적인 정책을 쏟아내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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