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11일 국내 증시의 급락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 '스파이칩' 이슈의 영향으로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조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전 거래일에 이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오후 2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7.07포인트(3.91%) 내린 2141.54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는 34.91포인트, 4.67% 떨어진 712.59에 거래중이다.
박 센터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증시가 빠진 탓에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난 1월말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성이 커져 증시가 크게 하락한 적이 있는데 현재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간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24%를 넘어서는 등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2월 초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각각 3.15%와 3.29%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8% 폭락하며 2016년 6월24일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중국의 스파이칩 이슈도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다. 중국이 애플과 아마존의 서버 장비에 스파이칩을 심었다는 논란에 기술주들의 보안관련 비용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박 센터장은 "이 이슈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3~4% 가량 동반 급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은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현재 지수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하단에 위치해있어 매력적인 구간은 맞다"면서도 "매크로 환경이 좋지 않아 국내 경제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외 불확실성이 사그러들어야 수급도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조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제한된 수준의 반등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반등 트리거다. 박 센터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엔 누가 승리를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실적도 변수다. 이익이 예상외로 증가하는 개별 기업에 대해선 주가가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박 센터장은 예상했다.
박 센터장은 주식시장 투자자들에게 반등의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라고 권고했다. 그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이미 팔기에는 늦었다"며 불확실성이 잦아들 때까지 우선 보유하고 있을 것을 조언했다. 이어 "신규 매수자의 경우에는 3분기 실적이 나온 이후 이익이 괜찮거나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기업을 선별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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