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아메리카노. 1990년대 후반 스타벅스와 함께 우리 삶에 등장한 아메리카노는 20년 만에 ‘국민 음료’가 됐다. 아메리카노는 전국 8만여 개 카페에서 무조건 1번 메뉴로 등장하는 커피가 됐다.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부어 내놓는 아메리카노는 커피집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8대 커피 브랜드의 원두를 비교했다.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 블렌드’는 전문가들의 치열한 연구와 소비자의 평가를 통해 탄생했다. 커피 원두의 종류를 꿰고 나면 내일부터 마시는 커피 맛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스타벅스 세계 어디서나 ‘에스프레소 로스트’
스타벅스는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등 4개 대륙에 커피 농가지원센터를 운영한다. CAFE(Coffee and Farmer Equity)라는 구매 기준도 있다. 품질, 경제적 투명성, 사회적 책임, 환경적 리더십 등의 기준에 맞는 원두만 구매한다.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의 맛 감별사들은 연간 25만 잔이 넘는 커피를 맛보고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원두를 사용한다. 스타벅스는 1971년 커피 로스팅을 시작했고 미국, 네덜란드, 중국 등 7곳에서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쓴다. 세계 스타벅스에서 공용으로 쓰이는 표준 원두는 ‘에스프레소 로스트’다. 스타벅스 원두는 볶는 정도에 따라 블론드 로스트(가장 가볍게 볶은 것), 미디엄 로스트, 다크 로스트 등으로 나뉘는데 에스프레소 로스트는 다크 로스트에 속한다. 강렬한 풍미와 무게감이 강조된 커피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카페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다.
엔제리너스 ‘케냐 AA’ 등 블렌딩
엔제리너스는 2000년 롯데GRS가 내놓은 토종 커피 브랜드다. 최상급 아라비카 원두의 ‘퓨어 로스팅 시스템’을 갖춘 덕에 그동안 33명의 우수한 큐그레이더(원두감별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엔제리너스 커피는 지난해 ‘완벽한 커피 한 잔’을 주제로 큐그레이더와 1000명의 평가단이 원두 시음회를 열었다.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돋보이는 ‘에티오피아 시다모’와 와인 산미가 살아있는 ‘케냐 AA’, 부드러운 달콤함이 돋보이는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블렌딩해 원두를 전면 리뉴얼했다.
엔제리너스는 시즌별로 특정 국가에서 특정 생산자가 생산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활용한 에스프레소를 선보인다. 최근 선보인 시즌 음료는 싱글오리진 ‘케냐 루키라AA’로 다크 초콜릿의 달콤함과 견과류의 고소함, 산뜻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투썸플레이스, 중남미 원두 다크로스팅
투썸플레이스는 충북 음성에 원두 제조와 생산 시설을 갖춘 ‘로스팅 플랜트’를 두고 있다. 커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설비다. 에티오피아, 브라질, 과테말라 등 국가별 생두를 직접 수급해 자체 원두를 만든다. 연구개발(R&D)센터에 큐그레이더가 상주하며 제조와 생산을 관리한다.
투썸은 2014년 8월부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최초로 ‘원두 이원화’를 시행하고 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오리지널 블렌드’와 ‘스페셜 블렌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오리지널 블렌드는 중남미 원두를 다크로스팅 기법으로 볶아 묵직하고 강한 풍미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 공법으로 처리해 산뜻한 맛이 돋보이는 스페셜 블렌드는 오렌지 블라썸라떼 등 상큼한 맛의 커피 음료에 잘 어울린다.
파스쿠찌, 아라비카 80%·로부스타 20%
파스쿠찌는 1883년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중부 몬테체리뇨네 지방에서 생두를 보관한다. 1년 내내 낮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콘가강 계곡, 해발 600m의 기후는 생두 저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원두 중 7가지 품종을 엄선해 파스쿠찌 가문의 심사기준인 일정한 모양의 낱알과 잘 혼합된 상태, 적당히 숙성된 단계, 최고의 맛(미각 테스트), 커피의 리듬(전문가의 청각 테스트)을 거쳐 아라비카 80%, 로부스타 20%의 비율로 블렌드한다. 파스쿠찌 커피가 아라비카의 산미와 풍부한 향, 로부스타의 구수한 맛과 묵직한 보디감을 갖춘 배경이기도 한다.
블렌딩 과정을 거친 생두는 이탈리아 전문 로스터가 전통적으로 천천히 볶는 토레파지오네렌타 방식으로 가공된다. 일반적인 로스팅 시간보다 조금 긴 15~18분 동안 약한 불로 천천히 로스팅하면 생두의 수분이 자연스럽게 증발하며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탄맛이 적고, 향은 깊어진다.
폴 바셋, 브라질 60%·에티오피아 40% 섞어
폴 바셋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조음료는 시그니처 블렌드 원두를 사용한다. 폴 바셋 스페셜티 원두는 재배 농장, 농장주, 고도, 품종 등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원두로 매장마다 생산자의 이름까지 표기하는 게 특징이다. 브라질 60%, 에티오피아 40% 등을 블렌딩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생두에 맞는 로스터기를 사용해 각각을 블렌딩해 섞는 방식을 쓴다. 로스팅 후 8일 이내의 원두만으로 커피를 내린다.
2003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대회 우승자인 폴 바셋은 직접 농장을 발굴하고, 원두를 선정하고, 로스팅과 추출 과정까지 감독하는데 좋은 성분의 추출물을 뽑기 위해 보통보다 2~3배 많은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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