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페어웨이 공 안 굴러
바닷바람에 한국 선수들 '고전'
"6200야드 밖에 안되는데
체감 거리는 7000야드 이상"
'장타자' 박성현·쭈타누깐 선두
[ 조희찬 기자 ] “체감하는 건 7000야드 이상이에요. 어후….”
12일 인천 운서동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2라운드를 마치고 온 김지현(27·롯데)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는 “장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코스”라고 덧붙였다. 경기를 마친 이승현(27·NH투자증권)도 “세컨드 샷을 할 때마다 21도 하이브리드나 롱아이언을 잡느라 힘이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회 개요를 본 갤러리라면 고개가 갸우뚱할 일이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전장 총거리는 6316야드고 매일 핀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날 주최 측은 전장을 총 6251야드로 구성했다. 1라운드 6207야드에서 조금 늘어났다 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부분의 대회가 6500야드 언저리에서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긴 거리가 아니다.
◆푹신한 페어웨이, 강한 바람 이겨내야
6251야드의 오션 코스가 장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는 푹신한 페어웨이와 바람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온도와 건조해진 날씨 등의 이유로 페어웨이가 딱딱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코스에선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쳐도 공이 구르지 않고 페어웨이에 박히듯 멈췄다.
여기에 매년 선수들을 괴롭히던 바닷바람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바람을 고려하면 낮은 탄도의 공을, 푹신한 페어웨이를 생각하면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고민하고 있다. 이용규 스카이72 홍보실장은 “푹신한 양잔디 특성상 공을 잘 받아줘 떨어진 뒤에도 발생하는 ‘런’이 많이 없다”며 “하지만 그린은 또 딱딱한 편이라 까다롭다”고 말했다.
◆장타자 박성현과 쭈타누깐, 공동 선두
2라운드에선 LPGA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이 대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25·KEB하나은행·사진)은 이날 4타를 줄여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적어내 공동 선두에 올랐다.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5타를 줄였고 박성현과 같은 8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있다. 찰리 헐(잉글랜드)과 미국 동포 대니엘 강(26)도 공동 선두다.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만 두 번(2015년, 2017년)한 박성현은 이 대회 첫 승이자 시즌 4승에 도전한다. 그는 4승을 달성할 경우 다승 부문 공동 선두(3승)를 달리고 있는 쭈타누깐을 따돌리고 단독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박성현은 “원래 높은 탄도로 공을 쳐 다른 코스와 특별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높은 탄도면 어느 골프장이든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쭈타누깐과의 맞대결에 대해선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으나 갈수록 편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1)가 6언더파 138타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KLPGA투어 선수 중에선 배선우(24·삼천리)가 3타를 줄여 4언더파 140타 공동 8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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