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짐 싸는 가상화폐 거래소들, 업비트 싱가포르 진출…빗썸 지분 매각

입력 2018-10-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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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

1년여간 회색지대 방치
고객 유입 막히고 지원 끊겨



[ 오세성 기자 ]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가상화폐산업이 가진 글로벌 비즈니스 특성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해외 진출 못지않게 ‘한국 탈출’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가상화폐산업을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방치한 탓이다.

국내 선두권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대표적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곧 거래소 운영을 시작한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앞서 “회사 이름이나 정관에 블록체인이란 표현이 있으면 해외 송금조차 금지된 상태”라며 사업 여건이 취약한 국내 상황을 토로한 바 있다. 영국 태국 일본 등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추진하던 빗썸은 싱가포르 BK글로벌컨소시엄에 지분 인수 방식으로 회사를 매각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코인원은 이미 올 8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첫 가상화폐거래소 코빗도 최근 들어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 역시 싱가포르에 비트박스를 설립, 해외에서 거래소사업을 시작했다.

거래소들의 탈출 러시는 예견됐다. 당장 은행권이 거래소의 신규 계좌 발급을 막고 있다. 연초 발급 중단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이달부터는 ‘암호화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벤처업종에서 제외됐다. 거래소 이용자 유입을 막아놓고 정부 지원도, 세제 혜택도 끊은 것이다.

거래소로서는 이 같은 삼중고를 무릅쓰고 굳이 국내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 필요성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불분명한 규제와 방치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얘기다. 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채 방치하고 있다. 잠재적 범법자가 될 위험을 안고 사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때 거래량 글로벌 1위를 다투던 국내 거래소들이 빠져나가면서 가상화폐산업은 중대 위기에 처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인 15개 거래소의 고용 인원은 1520명, 2017년 1월~2018년 9월 납세액은 약 1656억원에 달했다. 적지 않은 일자리와 세수가 사라지게 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더 큰 문제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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