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이 장가보내준다' 말 나오도록
세자녀 저리대출 두자녀로 확대
묵묵히 서민 '어부바' 할 것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 동상처럼
전주 한지마을 등 지역특화 지원
新성장 동력으로 육성
내년 경영개선 MOU 졸업
영업제한·예보준비금 규제 풀려야
[ 정지은/서정환 기자 ]
“지난달 세 자녀 무주택서민(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을 위한 저금리 대출 출시에 이어 내년에는 두 자녀, 한 자녀 가구를 위한 대출상품도 낼 겁니다. 만 30세 이전에 결혼하면 저리로 대출해주는 상품도 구상 중입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14일 서울 소월로 신협중앙회 회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금융협동조합이 국가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몇 년 안에 신협 덕분에 시집과 장가를 가고 내수경기도 좋아졌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협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협동조합으로 꼽힌다. 전국 1644개 영업점에 조합원 600만 명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2020년 창립 60주년을 앞둔 신협의 성장 전략으로 지역특화사업을 꼽았다. 김 회장은 “명물 ‘오줌싸개 소년’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처럼 스토리텔링을 입힌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다자녀가구 대출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이 다자녀가구 주거안정 지원 대출입니다. 적어도 집 살 돈이 없어 자녀를 못 낳는 사람은 없도록 하는 데 신협이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출금(최대 3억원) 상환을 30년(연 2.5%)으로 한 것도 아이가 태어나서 학교 가고, 결혼할 때까지는 걱정 없게 해주려고 그런 겁니다. 내년 이후 두 자녀 출산, 한 자녀 출산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상품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신협 간 연결고리는 무엇인가요.
“서민들이 일군 돈(신협 이익)을 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입니다. 사회적 이슈, 특히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에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집도 사기 어려운데 무슨 결혼이냐’는 겁니다.”
▶또 다른 중점 사업으로 꼽은 지역특화사업은 무엇입니까.
“지역특화 협동조합 활성화에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전주 한지는 지역특화 전통산업으로 잠재 가치가 엄청난데도 사장되고 있습니다. 300개가 넘던 전주 한지공장은 달랑 9개로 줄었습니다. 최근 이 사업을 추진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신협 차원에서 전주 한지를 많이 구매해주고, 전주시와 협의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추진할 겁니까.
“대구 팔공산 갓바위부처, 담양 죽세공, 한산 모시, 문경 도자기 등 5개 지역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각 지역에 차별화된 가치를 찾아 키워볼 겁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900여 개 신협이 지역 내 금융허브가 돼 지역 공동체만의 스토리를 발굴할 겁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은 없습니까.
“정부로부터 2007년 5월 공적자금 2700억원을 받는 대가로 맺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MOU)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지난 6월 누적 적자는 모두 해소했고 잉여금도 약 3900억원에 달해 언제든 공적자금을 갚을 수 있습니다. 내년까지 MOU 일몰을 기다릴 필요 없이 조기 졸업도 가능합니다. 현재는 과도한 예금자보호기금 적립 등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른 상호금융에 비해 차별이 있나요.
“감독당국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하다며 ‘서자’ 취급하고 키우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상호금융보다 규제도 강합니다. 영업구역 및 조합원 제도 등에서 차별이 대표적입니다. 서울만 해도 농협, 새마을금고 등 다른 협동조합은 시 전체가 영업구역이지만 신협은 구 단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금자보호기금 출연금 요율도 목표기금제(일정 기금에 도달하면 출연금을 감면 또는 면제)가 있는 다른 상호금융보다 높습니다. 신협은 1년에 1700억원가량의 예보준비금을 쌓습니다. 신협의 목표기금제 도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매년 1300억~1400억원가량을 서민을 위해 쓸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국가 신협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신협은 109개 나라가 모여 있는 국제 금융협동조합으로 전체 자산은 2200조원에 달합니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신협의 위상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신협은 109개국 중 규모가 5위로 아시아를 대표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2곳이 있는데 한국과 네팔입니다. 네팔은 국가가 가난해서고, 한국에선 신협이 부실하고 약한 금융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신협에 대해 이렇게까지 규제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지난달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신협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아시아지역 신협이 동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몽골, 스리랑카 등 다른 아시아지역 신협에 후원하는 조합을 현재 125개에서 200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새 경영방침을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약자들이 모여 더한 약자를 돕기 위해 생겨난 게 금융협동조합입니다. 따뜻하면서도 든든한 존재가 되겠다는 취지에서 ‘어부바’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었습니다. 서민을 평생 업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김윤식 회장은…
서예가·청과업체 사장에서 40대 초반 '신협인' 길로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1998년 대구 세림신협 이사를 시작으로 21년째 신협에 몸담고 있다. 1991년 대구에 효성청과라는 청과 도매업체를 창업했다가 인근에 있는 세림신협에서 ‘이사로 활동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게 인연이 됐다. 이후 세림신협 이사장, 신협 대구지역협회장, 신협중앙회 이사를 거쳤다. 지역 신협 간부에서 중앙회 회장 자리까지 오른 첫 사례다. 김 회장이 자신을 ‘뼛속까지 신협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지난달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에 선임됐다.
김 회장은 서예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을 지냈다.
△1956년 대구 출생
△신구대 졸업
△1991년 효성청과 대표
△1998년 대구 세림신협 이사
△2004년 대구 세림신협 이사장
△2010년 신협 대구지역협회장
△2014년 신협중앙회 이사
△2018년 신협중앙회 회장
△2018년 세계신협협의회 이사
△2018년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정지은/서정환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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