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루트' 꿈 남긴 채 히말라야에 잠들다

입력 2018-10-14 18:25  

새 코스 개척 위해 등정 중 참변
김창호 대장 등 韓원정대 5명 시신 수습

"급경사면으로 추락한 듯"
해발 3500m 캠프서 눈폭풍
구르자히말봉 '위험한 등반코스'
길 폭 30~40㎝로 좁고 가팔라
남쪽 면은 3000m 수직절벽

정부 신속대응팀 15일 파견



[ 임락근/김채연 기자 ] 국내 최초로 무산소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창호 대장(49)을 포함한 한국인 5명이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도중 눈폭풍에 휘말려 사망했다. 주네팔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원정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 등 9명의 시신이 13일 새벽(현지시간) 해발 35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 부근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르자히말은 네팔 히말라야 산맥 다울라기리 산군에 있는 해발 7193m의 산봉우리다. 네팔 정부는 구조 전문 헬리콥터를 동원하는 등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시신 발견 하루 만인 14일 시신 9구를 모두 수습했다.


◆新루트 개척하려다 눈폭풍 ‘봉변’

주네팔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구조대가 오전 10시30분께 시신 9구 가운데 3구를 먼저 수습해 인근 마을로 이송하고, 나머지 6구도 한 구씩 차례로 모두 이송해 오전 11시30분께 관련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구르자히말 인근 주민을 제외한 시신 8구는 수도 카트만두로 이송됐다.

지난달 28일 김 대장이 이끄는 한국인 원정대는 구르자히말 봉우리의 정상으로 가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출정했다. 원정대는 김 대장을 포함해 유영직(51·장비 담당), 임일진(49·다큐멘터리 감독),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정준모(한국산악회 이사)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원정대원인 최홍건 한국산악회 고문은 현지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등반에 빠졌다.

이들은 지난 11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연락이 없자 산 아래에 잔류한 최 고문이 12일 네팔인 가이드 한 명을 올려보내 베이스캠프가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원정대는 11일 밤 해발 3500m에 있는 베이스캠프 부근에서 강풍에 휩쓸려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네팔 포카라시에서 대기하던 구조팀은 구조전문 헬리콥터를 타고 오전 7시15분께 원정대가 사고를 당한 지점 인근으로 향했다. 수색대가 원정대의 시신을 발견한 전날 기상악화로 뜨지 못했던 헬리콥터는 이날도 구름이 많이 낀 탓에 예정보다 늦게 이륙했다. 구조대원들은 사고 현장에 헬기를 착륙시킬 마땅한 장소가 없는 어려움 속에서 시신 수습 작업을 했다. 이들은 공중에 떠 있는 헬기에서 밧줄을 탄 채 계곡 아래로 내려가 4시간15분 만에 시신 9구의 수습 작업을 마쳤다.

외교부는 희생자 5명의 시신 운구, 장례 절차 등을 돕기 위해 신속대응팀을 15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가족의 현지 방문, 장례 절차 지원 등 사고 수습을 위한 제반 조력을 적극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르자히말 “위험한 등반 코스”

해발 7193m의 구르자히말 봉우리는 히말라야 산맥 서쪽 세계 7위 고봉인 다울라기리 봉우리 중 하나다. 1969년 일본 산악인 요시키 야쿠시가 이끄는 산악대가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후 히말라야를 찾는 많은 산악인이 등반하는 명소가 됐지만,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려던 산악인들이 눈사태, 폭설 등을 만나 숨지는 등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구르자히말은 산악인 사이에서도 위험한 등반 코스로 알려졌다. 길 폭이 30~40㎝ 정도로 좁은 데다 가파른 절벽이 이어진다. 날씨도 변덕스럽고 거칠다. 특히 김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도전한 구르자히말 남쪽 벽은 수직으로 높이가 3000m를 넘어 아직 정복한 사람이 없다.

임락근/김채연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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