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비 롯데마트 음료MD
[ 류시훈 기자 ] 요즘 롯데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료는 ‘스윗허그’라는 자체브랜드(PB) 착즙주스다. 스페인 기업 AMC와 협력해 지난 6월 출시한 오렌지와 포도 2종은 4개월간 약 23만 병(1병 750mL) 팔려나갔다. 이 제품은 병당 3000원으로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딸기와 파인애플 착즙주스도 새로 내놨다.
스윗허그 착즙주스의 ‘돌풍’은 건강한 주스를 싼값에 내놓으려는 황은비 음료담당 상품기획자(MD·사진)의 노력에서 시작됐다. 29세인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롯데마트가 원하는 상품을 제조해줄 기업을 물색했다. 원물 생산에서 가공까지 착즙주스 생산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갖춘 AMC를 찾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그는 “우리가 불쑥 찾아가 착즙주스를 개발하자고 하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며 “오간 이메일과 전화, 메시지만 수백 건이고 스페인 현지 공장을 수차례 방문해 우리 회사의 열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황 MD의 지속적인 설득은 AMC 측의 마음을 움직였다. AMC는 과육의 씹히는 맛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기호를 반영해 착즙주스의 과육 비중을 최대치인 10%까지 늘리자는 롯데마트 요구대로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황 MD는 “AMC와 수십 차례 샘플을 주고받았고, 사내 평가단과 다른 팀들의 테스트를 한 끝에 우리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착즙주스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장에 나온 스윗허그 착즙주스는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이후 2주 만에 초도물량 5만 병이 완판돼 선박이 아니라 항공편으로 추가 물량을 급하게 공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오렌지 주스는 16만 병, 포도 주스는 7만 병이 판매됐다.지난 4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딸기주스는 스페인산 딸기 원물을 ‘비가열 초고압 공정’을 거쳐 영양 성분은 유지하면서 딸기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렸다. 파인애플 주스는 코스타리카산 파인애플을 무균충전공법을 통해 생산했다. 현지 원물 가격을 반영해 이들 제품은 병당 4000원에 판매 중이다. 황 MD는 “농장을 보유한 제조사와 직거래해 중간 유통과정을 줄인 덕에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석류와 사과 착즙주스, 스무디 형태의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AMC는 1932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11억4000만유로(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리들, 웨이트로즈, 엘고르테잉글레스 등 유럽 지역 유통업체에 PB를 공급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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