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프랑스에 수소차 5000대 공급"
수소차 보급 확대 가속
수소충전소 업체 에어리퀴드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와 MOU
5분 충전으로 최대 609㎞ 주행
"도요타 미라이보다 훨씬 뛰어나
유럽 시장서 주도권 잡을 것"
[ 손성태/장창민 기자 ]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 샹젤리제 인근 거리.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자동차(FCEV) 넥쏘를 직접 타고 도로 위를 달렸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프랑스에 수출한 첫 번째 넥쏘 모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시승한 차를 포함해 넥쏘 2대와 파리에서 이미 운행 중인 1세대 수소차 투싼 ix 3대 등 5대가 함께 파리 시내를 누볐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알마광장 인근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 택시(투싼 ix)를 모는 현지 운전기사가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기간에 국산 수소차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경제외교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의 수소차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차”라며 “정부도 충전소 구축 등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세계적인 기업이니 계속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럽 순방 기간 수소차 동맹 맺어
현대차는 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을 계기로 현지 수소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6일 파리에서 세계 최대 수소충전소 구축 업체 에어리퀴드,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 등과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세 회사는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사업 모델 공동 개발 △정부 및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 공동 요청 △친환경 모빌리티(이동수단) 실현을 위한 수소 연료 활용도 제고 등에 합의했다.
구체적 목표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프랑스에 넥쏘뿐만 아니라 수소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포함해 수소차를 총 5000대 공급할 방침이다. 에어리퀴드와 엔지는 같은 기간 프랑스에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자 수소 충전 인프라를 추가 구축하기로 했다.
에어리퀴드는 국내 수소충전소 확대에도 동참한다. 올해 말 국내에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SPC는 2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 2022년까지 국내에 수소충전소 100기를 지을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MOU는 수소차 제조, 수소 생산 및 충전소 구축 분야의 세계적 전문 기업이 모여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수소차는 운행 거리가 길고 고정된 노선을 기반으로 한 택시, 버스, 트럭 등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지난달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H2E)와 내년부터 5년간 유럽 시장에 대형 수소전기 트럭 1000대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유럽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이달 초 체코, 영국 등 유럽 법인을 둘러보며 시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넥쏘, 유럽 시장 본격 ‘등판’
넥쏘는 이번 MOU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 본격 등판한다. 넥쏘는 현대차가 2013년 선보인 세계 첫 수소차 투싼 ix를 잇는 차세대 모델이다. 5분 이내 충전으로 최대 609㎞를 달릴 수 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인 넥쏘의 최대 출력은 163마력에 달한다.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린다. ‘10년, 16만㎞’ 수준의 연료전지 내구성도 갖췄다.
넥쏘는 원격 자동 주차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도 적용했다. 이기상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넥쏘는 2014년 양산을 시작한 도요타 미라이보다 주행 성능과 1회 충전 주행거리,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수소차는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 기능도 갖추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넥쏘 판매를 본격화함에 따라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8월 아이오닉 전기차, 니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5만8446대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3만9529대)과 비교해 47.9% 급증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넥쏘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해 강화되고 있는 현지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전체 판매량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 진출 41년 만에 처음으로 ‘연 100만 대 판매’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준중형 SUV와 친환경차 등이 선전을 이어가면서다.
파리=손성태/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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