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비핵화"-"先 종전선언" 팽팽
미·북 실무협상 진척 없어
[ 김채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핵 리스트 신고를 거부하면서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밝혔다.
신문은 이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은 당시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핵 리스트의 일부라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자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스트를 제출해도 미국이 믿지 않을 것이다. 재신고를 요구할 수도 있고, 그러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김정은이 “비핵화 조처를 하려면 북·미 간 신뢰 구축이 우선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는 미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북한은 6·25전쟁 참전 미군의 유해 반환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도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이 9·19 남북 평양 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파괴무기 계획의 제거를 요구하고 보유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를 일부라도 폐기 또는 국외 반출하면 “종전선언 등 북한이 납득할 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 핵시설은 폐기 전에 핵 활동 기록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에 의한 조사도 요구했다. 김정은은 영변 사찰 문제는 실무자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미·북이 여전히 선 비핵화 조치와 선 종전선언 요구를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후속 실무 협상도 아직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미·북은 실무협상단을 꾸려 비핵화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한 지 8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비핵화 후속 협상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미·북이 아직 입장차가 큰 만큼 2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사실상 향후 실무자 협의의 진전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는 생각을 나타낸 것도 실무자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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