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브릭스 펀드…중국·인도 '털썩' 러시아·브라질 '반짝'

입력 2018-10-16 13:30   수정 2019-01-13 00:00

해외펀드

중국
증시, 급락후 L자형 그릴 수도
美와 무역분쟁 해결 실마리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좋아

인도
고유가 여파에 센섹스지수 급락
불확실성 완화 땐 투자매력 부각
유가 하락하면 증시 반등 기대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들 수익성 개선
금리 인상에 루블화 급락도 '진정'
美 추가 경제제재 움직임은 부담

브라질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株 반등
펀드수익률 한 달 새 20% ↑
대선 결선까지는 변동성 클 듯



[ 마지혜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이 신흥국 증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웠지만 국제 유가 급등이나 각국 정치 상황 변화 등의 변수가 최근 각 신흥국 증시의 성과를 가르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전쟁 당사국인 중국, 원유 순수입국인 인도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는 국제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반등을 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러시아와 브라질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러시아는 연내 미국으로부터 추가 경제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고, 브라질은 이달 말 치러질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에 당분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해외주식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도 단기간 내 해소되기 쉽지 않아 신흥국 증시는 당분간 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변동성이 어느 정도 완화된 뒤 기초체력이 좋은 국가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급락한 中 증시…물타기 아직 금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20.9%(지난 12일 기준) 손실을 냈다. 미국과의 통상전쟁과 경제성장률 둔화, 위안화 약세, 중국 내 기업들의 신용 부실 우려 등의 압박이 중국 증시를 짓누른 탓이다.

중국 정부가 감세와 지급준비율 인하, 지방정부의 대규모 채권 발행 허용 등 부양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책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낮고 향후 위안화 불안 확대 등이 경기둔화 압력을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은 수출이 견조하지만 미국의 수입관세 인상 효과가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중국 수출 사이클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인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락장에서 추가 매수해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물타기’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급락 이후 계속 횡보하는 ‘L자형’을 그릴 수도 있다”며 “반등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해결될 실마리를 확인한 뒤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연초 이후 평균 18.8%의 손실을 봤다. 인도는 경제성장률이 연 7%에 달하고 수출 대비 내수 비중이 높은 신흥국이다. 기업 이익 증가율이 높고 미·중 무역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유 등으로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 4월 초부터 8월 말까지 16.4% 상승했다. 하지만 9월부터는 속절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 유가 영향이 컸다. 인도는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인프라 투자 등이 활발해 국제 유가 변동에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연구원은 인도를 신흥국 가운데 투자 매력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9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WEO) 하반기판에서 인도는 당초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7.3%를 유지했고, 유가에 민감한 만큼 유가가 하락할 경우 증시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최 연구원은 “연이은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시기엔 고성장 시장인 인도의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브도 불안 여전

고유가는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8월 말까지만 해도 연초 이후 각각 -3.17%, -14.63%의 손실률을 기록한 러시아 펀드와 브라질 펀드는 지난 12일 기준 한 달 동안 각각 8.23%, 19.12%의 수익을 거뒀다. 이 덕분에 러시아 펀드와 브라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69%, 0.93%로 플러스 전환했다.

고유가는 러시아 증시의 이익 전망치를 높인다.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 절반 이상은 에너지업종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초 이후 이어진 루블화 급락세를 진정시킨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투자 매력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루블화 환율이 다소 안정되긴 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현재의 금리 수준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중앙은행 흔들기에 나섰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러시아 환율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달 26일로 예정된 또 한 번의 금리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라 증시 프리미엄이 높아지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며 “지금은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원유, 커피, 철광석 등 원자재의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도 유가 상승 수혜를 입었다. 지난 7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연금개혁 및 재정지출 상한 설정에 우호적인 우파 정당 후보자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1위를 차지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도 증시에 호재였다.

그러나 이달 28일로 예정된 결선투표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가 45%, 좌파 후보인 페르난두 아다지가 43%의 지지율로 접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다만 연 10%에 달하는 이자 수익률 매력이 높은 브라질 채권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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