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 취업제한 유명무실…불법 취업시 '해임' 요청 2%도 안돼

입력 2018-10-16 17:07   수정 2018-10-16 17:09

정부의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등 행정안전부 유관기관 1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선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및 취업승인심사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집중됐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임의취업’으로 적발된 718건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취업해제를 요청한 것은 13건(1.8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에 따르면 718건 중 493건(68.7%)은 과태료조차 면제받았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대상인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퇴직 전 5년간 몸 담았던 부서 업무와 관련있는 기관엔 퇴직 후 3년간 취업이 금지된다. 인사혁신처장이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공무원이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 관련성 유무를 사전에 심사하고, 취업 가능여부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면 해임 뿐 아니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해임이나 징역, 벌금은 고사하고 취업승인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 차관 등 고위공무원, 총경 이상 경찰 간부, 소방정감 이상 고위 소방공무원 등이 KB자산운용, 에스원, 법무법인 세종, 도로교통공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 업무상 연관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공공기관에 사외이사, 비상근 고문 등으로 재취업했다.

권 의원은 “(공직자윤리위)취업심사 기록을 열람하려 했지만 공공기관정보공개법 등 관련 규정을 핑계로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퇴직 후 공무원 연금은 연금대로 받고, 취업은 취업대로 하고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취업승인 심사 자체에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유명무실한 퇴직공무원 취업제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질책을 따갑게 받아들인다”며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자 재산등록시 액면가로 신고하는 비상장주식 가치를 실거래가를 반영해 신고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모 국립대 총장 A씨가 지난해 액면가 3500만원으로 신고한 비상장주식 7만주의 최근 장외거래가격은 7억7000만원, 법무부 소속 고위공무원 B씨가 액면가 750만원으로 신고한 비상장주식 1만5000주의 장외거래가격은 1억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김판석 처장은 “실거래가를 반영해 장외주식을 신고하도록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실제가치를 최대한 반영하는 산식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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