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기업 절반가량 '부실기업'
[ 서민준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이 투자한 기업 중 절반가량은 지난해 순손실이 난 회사여서 ‘신재생에너지 육성’이란 정부 방침을 따르려다 무리한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한전 투자 및 출자 현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작년 말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59곳에 투자했으나 이 중 44곳에서 손실이 났다. 손실 액수는 총 512억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이외의 투자에선 1조1312억원 이익이 난 것과 대조된다.
윤 의원은 “투자 기업 59곳 중 45.7%인 27곳은 작년에 손실이 난 부실기업이었다”며 “신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부실기업이라도 ‘오케이’라는 식의 묻지마 투자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한전이 투자한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은 작년 순손실 규모가 167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이 회사에 투자해 97억원의 손해를 봤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에너지신산업펀드’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에너지신산업펀드 조성액 5000억원 중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은 2.6%인 130억원에 불과하다”며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해놓고 변죽만 울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펀드는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조성된 펀드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원전을 돌리면 전력을 싸게 살 수 있는데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니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814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자력의 위험 때문에 에너지 전환 정책을 하는 것이고 세계적으로도 재생에너지가 대세”라며 한전을 옹호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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