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농심은 올해 중국법인 매출이 2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16일 발표했다. 중국 진출 20년 만에 누적 매출은 20억달러를 돌파했다. 농심 해외법인 중 최초다.
농심은 1996년 상하이에 라면공장을 지으며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1998년 합작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독자 법인을 출범했다. 단독 사업 첫해인 1999년 매출은 700만달러였다. 2013년 누적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2015년 처음으로 연 매출 2억달러를 돌파했다.
농심은 “20년 전과 비교해 연 매출이 40배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의 맛은 그대로 알리되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말 중국 식품 시장은 저가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농심은 상하이(1996년), 칭다오(1998년), 선양(2000년)에 라면공장을 차례로 세웠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한국의 맛을 버리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조인현 농심 중국법인장은 “당시 중국인들은 한국 식품에 큰 관심이 없었고 가격도 비싸 마트에 입점도 못 했다”며 “우리 브랜드를 알리자는 장기 전략으로 현지 마케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대표적인 중국 마케팅이 올해 20주년을 맞는 신라면배 바둑대회다. 이 대회는 중국법인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농심은 중국인들의 바둑 사랑이 유별나다는 점에 주목해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국가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시작했다. 첫 대회는 한국의 조훈현과 이창호, 중국의 마샤오춘과 칭하오,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등 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5일 개막한 20회 대회에는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 일본 이야마 유타 9단 등이 참가해 5개월간 승부를 펼친다. 우승 상금은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원이다.
신라면배가 ‘한·중·일 바둑 삼국지’로 불리면서 중국인들이 매년 대국장과 TV 앞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중국이 처음으로 우승한 제9회 대회 결과는 현지 700여 개 언론사가 보도했다. 신라면은 올해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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