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몰타는 어떻게 블록체인 강국이 되었나

입력 2018-10-18 12:16   수정 2018-11-07 07:44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

프랑수아 피치오네 몰타 블록체인 TF 대변인 인터뷰
'디지털혁신당국' 만들어 블록체인·가상화폐 장려 법제화



인구 43만명에 불과한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거래량 1위를 다투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바이낸스를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 기업들이 몰타로 몰려들면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몰타는 어떻게 이처럼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을까.

프랑수아 피치오네(Francois Piccione) 몰타 정부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 대변인(사진)은 블록체인 혁신기술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산을 활성화하는 발 빠른 입법을 꼽았다. 몰타 정부가 제정한 ‘디지털혁신당국법’ ‘혁신기술준비및서비스법’ ‘가상금융자산법’이 그것이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에게 불확실성을 주지 않도록 법적으로 명확한 규제체제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23~24일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리는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 참석해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부상한 몰타의 비결을 발표하는 피치오네 대변인을 인터뷰했다.

- 몰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는 뭡니까.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과 암호화폐는 기존 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떠오르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산업을 우리 경제 생태계의 기둥으로 삼는다면 수많은 인재들을 몰타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봤어요. 외부의 충격이 있다 해도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적극적인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규제 자체는 있어야 합니다. 다음 달부터 몰타에서는 ‘가상금융자산법(Virtual Financial Assets Act)’이 발효될 예정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거죠. 암호화폐 공개(ICO)를 진행하는 사람이나 암호자산 중개인들은 앞으로 몰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금융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규제 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 정책 입안자로서 열린 자세로 임하려 해요.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에게 법적 확실성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 보호나 산업 혁신과 육성에도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정부가 주도해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는군요.

“앞서 언급한 가상금융자산법을 포함해 3개 관련법을 제정했어요. ‘몰타디지털혁신당국법(The Malta Digital Innovation Authority Act)’에 따라 혁신당국을 설립해 스마트 계약, 분산원장 플랫폼 등 혁신기술 장려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관할하도록 했습니다. ‘혁신기술준비및서비스법(Innovative Technology Arrangements and Service Act)’을 통해 혁신당국은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나 사업에 필요한 자격을 검토·부여할 수 있죠. 분산원장 기술 기반 플랫폼, 스마트 계약 등 혁신기술을 다루는 법인 설립에 대한 법 제정도 준비 중입니다.”

-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렇죠. 관련 규제들은 주로 시장 무결성(투자자들이 시장의 동작방식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척도), 재정 건전성, 투자자 보호의 3가지 주요 원칙을 토대로 고안한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블록체인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역점을 뒀어요.”

-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까요.

“블록체인 같은 혁신적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합니다. 신산업과 연동해 생기는 수많은 부가 서비스들이 있으니까요. ‘닷컴 산업’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산업이 인터넷 위에서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을 보고 있죠. 고용은 무엇보다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어떤 국가든 기업이 선호하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혁신기업을 유치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 인재들이 블록체인 산업으로 몰려드는 것도 그래서인가요.

“기술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요. 인터넷 기술 진화에 따라 비즈니스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죠. 그러면서 거기에 걸맞은 다양한 인재 수요가 생겼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에도 유명 금융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상당수 유입되고 있어요. 산업은 성장하는데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에요. 자연히 몸값은 올라가고 인재들이 몰리는 거죠.”

-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흔히 분산원장 기술이라 하면 암호화폐만 생각하는데요. 사실 암호화폐는 분산원장 기술 위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알 필요가 있어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각종 시스템에 불변성(Immutability)을 더하며, 보다 많은 비즈니스들을 투명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앞으로 관련 규제와 기준을 정립해갈수록 블록체인 시스템 사용이 용이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겠죠. 이러한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여러 나라가 블록체인을 활용하도록 이끌 겁니다.”

- 긍정적으로 보는군요.

“저는 분산원장 기술이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방식’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어요. 분산원장 기술과 암호화폐 분야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몰타 정부의 블록체인 TF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 10월23~24일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가 열립니다. 국내외 정부 및 기업, 관련 업계 주요인사들이 참여해 '블록체인 프론티어 코리아' 비전을 전 세계에 공유합니다. 클릭하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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