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경제학자는 왜 물가하락을 걱정할까

입력 2018-10-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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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물가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가 많은 가공식품 30개 중 절반가량이 올랐다. 대표적으로 쌀값이 상승하면서 즉석밥 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을 더 크게 걱정한다. 왜 그럴까.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일견 물가가 떨어지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면 좋은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건값이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디플레이션이 전개됐을 때 국가 경제는 물론 개별 경제주체도 커다란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 했다.

디플레이션이 유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실적 저하다. 실적 저하에 직면한 기업들이 가장 흔히 시도하는 전략은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팔리지 않는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들이 물건값이 더 싸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람들이 구매 시점을 미뤄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가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을 결정한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택하든 결국 근로자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기업 환경을 어렵게 하고 개개인의 소득마저 줄어들게 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디플레이션이 야기하는 경제적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개별 가계 소득이 줄더라도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는 그대로 남는다.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얻은 융자금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개별 경제주체들은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더욱더 자신의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고, 이런 소비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기업들 실적도 더욱 낮아질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일련의 요인들로 인해 많은 경제학자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크게 우려한다. 이제 디플레이션의 의미를 이해했다면 즐겨 구입하던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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