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환 소화기내과 교수
[ 이지현 기자 ] “염증성 장질환 진단을 받으면 불치병으로 생각해 치료를 거부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도 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고혈압처럼 진단 후 꾸준히 관리해야 하지만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김덕환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국내외 많은 연구자가 꾸준히 노력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조만간 발생 원인 등이 명확하게 밝혀져 더 나은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과 소장·대장 종양 등을 치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다. 면역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의 합병증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활용해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입부터 항문까지의 소화관에 깊은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 항문에서 염증이 시작돼 넓고 길게 이어지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1980년대만 해도 염증성 장질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0.2명 정도였다. 지금은 10배 넘게 환자가 늘어 국내 환자만 13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체 소화관의 길이는 9m에 이른다. 입부터 식도,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을 거쳐 항문으로 이뤄진 긴 관이다. 이를 모두 펼치면 면적이 200~400㎡ 정도다. 보조 소화기관인 간, 담낭, 췌장을 더해 소화기관이라고 한다. 소화관은 입으로 들어온 세균, 바이러스, 독소 등과 싸우는 면역체계 최전선이다.
염증은 세균 바이러스 등과 싸우기 위한 정상적인 방어 작용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세균 바이러스 등이 들어오지 않아도 장 속에서 염증이 시작된다. 염증이 없어지지 않고 만성화돼 장 벽이 망가지고 변형된다. 김 교수는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위생관념이 높아져 장내 미생물 무리에 변화가 생겨 면역 항상성이 무너지는 것이 크론병의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혈변, 만성설사 등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 혈액 표지자 검사 등을 해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환자가 많다. 이후 4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발병률이 다시 높아진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완치 치료법이 없는 이유다. 장 속의 염증을 가라앉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돕는 게 치료 목표다.
염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제제나 항생제 등으로 염증을 조절하고 염증이 사라지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한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발생에 영향을 주는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를 억제하는 약물도 치료에 활용한다.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가 크지만 면역력을 조절하기 때문에 추가 감염 부작용 위험이 있다. 염증이 심해 장 천공 폐색 등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는 수술을 한다. 장을 잘라내는 것인데 수술을 반복하면 점점 장의 길이가 짧아질 위험이 커 마지막 치료법으로 활용한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대장암 위험이 2~10배까지 높아진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겨 평생 관리해야 한다”며 “영양은 물론 수술, 약제, 영상진단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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