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시에 1타 뒤진 단독 2위
"남은 라운드, 바람이 변수 될 것"
이글 8개 쏟아져…케이시 홀인원
김시우 공동 15위·토머스 22위
[ 조희찬 기자 ]
“완전히 다른 코스 같아요. 어제의 코스 난도가 10이었다면 오늘은 절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19일 제주 서귀포 클럽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50만달러) 2라운드를 마치고 온 선수들이 내린 평가다. 전날 초속 12m에 가까운 강풍이 코스를 덮친 것과 달리 이날은 절반인 초속 6m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잦아들자 내로라하는 PGA투어 선수들이 코스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전날 3개에 그쳤던 이글은 이날 대회 첫 홀인원(7번홀·폴 케이시)을 포함해 8개로 대폭 늘었다. 버디는 전날보다 50개(290개) 늘었고 보기는 261개에서 192개로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만 7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해 단독선두에 오른 스콧 피어시(미국)는 “어제와 같은 바람이 분다면 컨트롤이 어렵지만 오늘 같다면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했다.
◆발톱 드러낸 켑카
2017~2018시즌 ‘PGA 올해의 선수’로 꼽힌 브룩스 켑카(미국)는 첫날 감춰놨던 발톱을 이날 날카롭게 드러냈다. 1라운드 1언더파였던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무려 7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선두 피어시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랐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자타가 공인하는 켑카의 장타쇼가 빛났다. 12번홀(파5)에선 ‘캐리 거리’로만 312야드를 기록했다. 568야드에 달하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드라이버에 이어 아이언으로 투 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이글을 낚아채는 묘기를 선보였다.
켑카는 “오늘 전반적으로 잘 치고 퍼터도 잘됐다”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 코스는 점수를 내기 좋다. 파5홀 같은 경우는 바람만 좋은 방향으로 불어준다면 잘 칠 수 있는 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남은 라운드에서 다시 바람이 많이 분다면 선두권 선수들도 성적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켑카는 전날 1언더파를 친 후와 이날 7언더파를 적어낸 뒤에도 표정이 같아 갤러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워낙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공을 보고 공을 치고 공을 또 찾아서 치는 것만 생각한다. 원시인처럼 골프를 한다”며 이날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희비 엇갈린 한국 선수들
켑카와 달리 전날 리더보드 상단을 메웠던 대부분의 한국 선수는 웃지 못했다. 1라운드 공동 2위에 올랐던 김시우(23·CJ)는 이날 되레 1타를 잃었고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 공동 15위로 내려갔다. 전날 공동 4위였던 안병훈(27·CJ)도 5타를 잃었고, 중간합계 3오버파 147타로 58계단 내려간 공동 62위가 됐다.
김시우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홀에서 퍼트가 안 됐다”며 “그립을 바꾼 것이 되레 혼란을 가져왔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상위권에서 멀어지지 않은 만큼 마지막 날까지 선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1라운드에서 3타를 잃었던 강성훈(31·CJ)은 이날 버디만 5개를 잡아 5타를 줄이며 남은 라운드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전날보다 39계단 오른 공동 15위로 도약하며 김시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날 단독 선두였던 체즈 리비(미국)는 이날 2타를 줄였음에도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 공동 3위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마지막 18번홀 이글에 힘입어 2타를 줄였고, 이틀간 1언더파 143타를 기록하며 공동 22위에 자리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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