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서방기업들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사우디의 위상을 고려할때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들이 리야드 행사를 기피할지는 몰라도 사우디의 돈을 기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시각을 소개했다.
서방기업들은 카슈끄지의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기 전부터 이미 사우디를 배척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경영인들은 카슈끄지 살해의 몸통으로 의심을 받는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글로벌 투자유치를 위해 다음 주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사막의 다보스' 투자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사우디와 향후 거래 관계를 청산하는 등의 결단을 내리기에는 사우디에서 받은 투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기간시설, 국방, 화학, 석유, 기술, 예능 등에 쏟아지는 사우디의 지출을 고려할 때 사우디가 무시할 고객은 절대 아니다.
미국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사우디는 해외군사판매 규정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1389억 달러(약 157조3000원)에 달하는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시언, 보잉,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업체들은 사우디가 앞으로 몇 년 동안 1100억 달러(약 124조5700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사우디의 무기 구매력에 미국만 포섭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유력 방위산업체인 BAE 시스템스도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48대를 50억 파운드(약 7조3800억원)에 사우디로 수출할 예정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 방산업체들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사우디로부터 570억 유로(약 74조94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수출했다.
방산업체만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투자은행은 상업거래에 대한 조언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블랙스톤 그룹이 굴리는 새로운 투자펀드에 200억 달러(약 22조6500억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스티븐 슈와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사막의 다보스'에 가지 않기로 했으나 사우디와 결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석유기업 토탈은 사우디와 최근 90억 유로(약 11조6800억원)에 이르는 석유화학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작년에 포드 자동차와 보잉 항공기를 포함해 미국 제품을 200억 달러(약 22조650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제너럴일렉스틱(GE)과는 발전, 광산채굴, 보건 등과 관련한 분야에서 150억 달러(약 16조9900억원) 규모의 재화·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줄여 경제체계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돕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약 50조96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NYT는 기업들이 카슈끄지 사건이 지닌 의미를 평가하고 있으나 쉽게 경영적 결단을 내릴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에 대한 제재가 미약하거나 미국이나 영국, 다른 정부가 사우디와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을 크게 뒤틀지 않는다면 기업들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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