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웅 기자 ] 가을이 되면 여행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듯하다. 덥거나 춥지 않아 길을 떠나기 좋고 오곡이 결실을 맺는 등 풍요의 계절이어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낯선 이들과 문화를 만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는 행위다. 심지어 아열대지역 바닷가로 가서 아무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어도 행복을 느끼고 힐링하게 된다. 이 때문에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라고 극찬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행복을
기업들도 직원들의 여행 경험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포상관광을 경영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단체로 직원들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고 애사심 및 팀워크를 증진시키는 포상관광은 갈수록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한 관광부터 여행 현지에서 비즈니스 미팅이나 세미나를 여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세계 90개국 2000여 개 포상관광업체 모임인 사이트(Site)국제재단은 맥킨지와 애버딘 등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2010년대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포상관광 등 인센티브를 시행하면 직원 개인 실적이 22%, 팀 실적은 44%까지 상승한다고 밝혔다.
흔히 직원들은 보너스 등 금전적 보상을 더 원한다고 하지만, 사이트재단은 포상관광 등 비(非)금전적 보상이 직원 사기 진작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상관광을 다녀온 직원의 70.7%는 그들 스스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포상관광을 통해 얻었다고 응답했다. 85.0%는 여행 기간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고, 74.5%는 더 많은 레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행은 준비하는 단계부터 즐거움을 준다. 가족의 친밀감 도모나 혼자만의 힐링 등 여행의 목적을 정하고 그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는 단계부터 사실상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설렘은 비행기나 배에 몸을 싣고 떠나면서 흥분으로 바뀌고, 여행지에 도착해 거대한 자연이나 색다른 음식을 접하면서 행복감이 높아진다. 주제가 없는 여행은 방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다”라고 일갈했다.
도심 속 여행문화축제 열려
그러니 서늘한 가을, 지금 바로 여행을 떠나라. 기간이 꼭 1주일 등 길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짜리, 심지어 회사나 집 가까이 있지만 평소에 잘 안 가던 관광명소에 가는 서너 시간짜리여도 좋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여유와 행복을 느낄 것이다.
마침 오는 25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야외광장 일대에서 도심 속 여행문화축제 ‘여행페스타 2018’이 열린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글을 써온 여행작가들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여행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주요 여행사 부스에 들러 각종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된 캠핑카에 누워 인디밴드 음악을 듣거나 ‘여행 29초영화제’에 출품된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온 것 같다고 느낄 것이다. 어디로 어떻게 여행을 떠날지, 어떤 프로그램을 즐길지 등 고민하는 이들에게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된다.
여행은 오래 고민하고 준비한다고 해서 꼭 좋은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하던 일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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