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날은 왜 10월21일이고 상징물은 왜 참수리인가?

입력 2018-10-21 17:41   수정 2018-10-21 17:41



(이수빈 지식사회부 기자) 10월21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대한민국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의 역사와 정신을 되새겨보는 법정기념일 ‘경찰의 날’입니다. 그런데 왜 10월21일일까요. 사실 이날은 미(美)군정이 1945년 경무국을 창설한 날입니다. 미군정 산하 조직을 한국 경찰의 뿌리로 매년 기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김창윤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군정에 의해 초대 경무국장이 된 조병옥 박사의 주도로 경찰의 날을 10월21일로 기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경찰이 경찰의 날을 ‘법의 날’과 비교하며 자조하는 이유입니다. 법의 날은 1964년 대한변호사협회 주도로 열린 회의에서 정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사회주의 국가 ‘노동절’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의미로 5월1일로 결정했는데요. 그러다 2003년 대통령령으로 4월25일로 바뀌었습니다. 대한제국이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한 1895년 4월25일을 기념하는 게 옳다는 취지였습니다.

최근 경찰의 날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제국 경무청이 창설된 7월14일(1894년)이나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오른 11월5일(1919년)이 후보로 거론됩니다. 경찰청이 73회 경찰의 날 행사를 이달 25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경찰은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경찰사를 담은 총서를 발간하겠다고 지난 8월 발표하기도 했지요.

현재 경찰의 상징인 참수리도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미군정 경무국 창설 때 미국 경찰의 상징인 독수리를 그대로 가져왔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참수리로 바꾸었지만 역시 토종새는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참수리는 러시아 등지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에만 한국에 찾아오는 철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번식지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수리가 옛부터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토종새여서 노무현 정부의 당시 결정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국제 행사에 나가면 전세계 경찰관들이 모여 서로 상징물 패치를 주고받으며 자랑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참수리가 어떤 의미인지 말하기 어려워 애를 먹는다”고 토로했습니다. (끝) /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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