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强달러야…연말 증시, 환율만 바라본다

입력 2018-10-21 18:30  

외국인, 이달들어 매물 쏟아내
'원화 약세→환차손→매도' 악순환

"美중간선거 이후 불확실성 해소
4분기 원·달러 1100원까지 하락"

强달러 지속 땐 또 한 번 '충격'



[ 임근호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말 증시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선 여전히 낙관론이 많다. 연말까지 강달러가 진정돼 한국 증시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시각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내년 초중반까지 계속 오르면서(달러 강세) 국내 증시에 한 차례 더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증시 발목 잡는 원·달러 환율

바닥이라던 증시가 자꾸 떨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7.97% 급락했다. 2011년 8월(-11.86%)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하게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가 환율 상승을 부르고, 환율 상승이 다시 환차손 우려를 부각시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게 만드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가져나가야 하는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발생하는 환차손까지 감안해야 한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조원 순매수했다. 올해는 4조원 넘게 팔았다. 연초 달러당 1061원이던 환율이 현재 1132원으로, 원화 가치가 6.7% 떨어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도 2.1% 하락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공모형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환매로 계속 줄고,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어 기관 수급은 제한적”이라며 “원·달러 환율에 연동된 외국인 자금에 국내 증시의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에 강달러 압력 해소?

증권가에선 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주가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 정점 논란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홍 팀장은 “달러 강세는 4분기를 고비로 진정될 전망”이라며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 1배로만 회복한다고 쳐도 내년 실적 기준으로 25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안팎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현대차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4분기 1115원으로 떨어지고, 내년 1분기 11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과 우리은행은 달러당 1100원과 1080원을 각각 4분기 전망치로 제시했다.

강달러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신중론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40원으로 오르고, 내년 1분기(1160원)와 2분기(1180원), 3분기(1170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원화는 내수 부진과 중국 위안화 동조 등 약세를 보일 요인이 많다”며 “내년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흥국처럼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코스피지수가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도 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127원으로 낮아지다 내년 1분기 1135원, 2분기에 1150원으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봤다.

환율에 따라 업종별 희비도 엇갈린다. 삼성전자 등 수출주는 강달러 덕에 3분기와 4분기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항공주는 달러 표시 부채가 많고, 달러로 항공유를 사와야 해 강달러에 힘을 못 쓰는 경향이 있다. 수출주로 꼽히는 자동차는 신흥국 매출 비중이 높아 강달러보다는 신흥국 통화 가치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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