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에 대학에 입학해 '천재소년'으로 알려진 송유근(21)이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는 논문 표절 의혹 이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송유근의 근황이 공개됐다.
180센티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스무 살의 청년 송유근. 이제껏 ‘천재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뒤엉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삶을 살아온 아이 송유근.
그는 만 6세의 나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단숨에 초중고 과정을 뛰어넘어, 초등학교를 입학할 나이에 대학생 형 누나들과 함께 캠퍼스를 누볐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인생의 막다른 기로에 섰다.
언제나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던 소년의 걸음이 멈춰 섰다. 스무 살이 된 그에게 남은 건
논문 표절의 오명과 박사학위 취득 실패라는 뼈아픈 기록이었다. '혹시 천재가 아닌 건 아닐까.', '과도한 세간의 관심이 그에게 독이 된 건 아닐까.' 화살처럼 꽂히는 세상의 무수한 풍문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뜻밖에도 ‘일본’이었다.
송유근은 2015년 논문 표절 의혹 당시 심경에 대해 "두고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세상에 인정 받고 싶어 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우주가 좋고, 천체 물리학이 좋아 이 일을 시작했기에 그것에 목숨 걸지 않는다. 나를 증명하겠다는 것에 대한. 다만 그런 생각은 든다. 어디 두고 봅시다. 오늘의 송유근은 어제의 송유근을 뛰어 넘고 싶어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가슴 아프지만 내 나라에선 어떤 것을 하더라도 안티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박석재 당시 지도교수는 "유근이가 상심해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유근이는 저보다 멘탈이 10배는 강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송유근은 30년 전 블랙홀에 대한 일명 ‘오카모토 방정식’의 신화를 만들어낸 오카모토 명예교수와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공동 연구 하고 있다.
오카모토 교수는 송유근에 대해 “처음에는 이런 송유근을 만들어낸 한국이 부러웠다. 이런 청년을 망가뜨리는 것은 한국에서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능성이 있는 청년에게 따뜻한 눈으로 그의 성장을 후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너무 젊다. 아직 너무 젊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2월 24일, 그는 혹독하기로 유명한 겨울군번을 달고 입영열차를 탈 것이다. 그리고 생전 처음. 또래의 젊은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진한 우정을 알아갈 것이다.
송유근은 "올 겨울 군 입대를 한다. 그 전까지 완벽한 논문 2개 이상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생각하기에 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어 군대에 가고 싶다. 제가 제 나라 지키러 가겠다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 최초로 전국 또래 청춘과 함께 뛰고 생활할 것"이라며 "군대 생활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하나의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송유근은 2009년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 입학했다.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했지만 표절 의혹에 휘말리며 논란이 됐다.
그는 6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 미적분 문제를 풀어내 천재 소년으로 화제를 모았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8살에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입학했다. 하지만 적응 문제로 대학에서 중퇴한 뒤 독학사로 전자계산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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