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걸음한 기관장 작년의 두 배
국방위, 32곳 중 29곳 '최다'
다음 차례는 기업인들
이해진·김범수 등 IT CEO
이번주 과방위 증인으로
[ 김우섭 기자 ] “여당 의원들이 질의할 때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구석에 있어) 잘 안 보이네요. 차라리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이랑 자리를 좀 바꾸시죠.”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문이 쏟아진 김 원장을 가운데로, 조 사장을 구석 자리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관 중요도와 규모에 따라 자리를 사전 배정하는 국감 특성상 회의 중에 자리를 바꾸는 건 이례적이었다. 이날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조 사장은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서 단 한 차례 질문을 받는 데 그쳤다. 답변 시간은 1분이 채 안 됐다.
피감기관장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채 앉아 있는 ‘병풍 국감’ 현상이 올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선 예년보다 많은 수의 정보기술(IT) 기업 대표와 대기업 임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침묵만 하다가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국감NGO모니터단이 22일 발표한 국감 중간평가 자료에 따르면 국감 첫날인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7일 동안 11개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질의를 받지 못하고 증인석에 앉아만 있다가 간 피감기관이 84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감 첫 주에 질문을 받지 못한 기관(41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국회 영상회의록을 분석한 결과로, 회의록이 남아있지 않은 국감까지 합하면 더 많은 증인과 참고인이 ‘헛걸음’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임위별로는 국방위원회의 비효율성이 가장 높았다.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32개 기관 중 29개 기관은 단 한 개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국방정보본부와 정보사령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군 핵심 간부들이 대거 국회에 왔지만 하루 종일 헛수고만 하고 돌아갔다. 지난 12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16개 피감기관 중 5개 기관장만 입을 뗐다.
국감NGO모니터단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기관과 증인을 부르다 보니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감NGO모니터단은 ‘병풍국감’ 등을 이유로 이번 국감의 중간 평가 성적을 C학점으로 매겼다.
후반기 국감에선 미뤄졌던 기업인의 증인 출석이 대거 예고돼 있어 이런 비효율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국감에서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등을 부를 계획이다. 김 의장은 이미 지난 10일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바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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