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011년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로 자산을 팔거나 CEO를 바꾼 1455개 기업의 수익률(주가상승률+배당수익률)은 2년 뒤 각각 -18.0%와 -3.8%를 기록했다. 펀드 개입 10일 전후를 비교한 단기 수익률이 1.8%로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흔히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기업지배구조 개편,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반짝’ 주가 상승 이외에는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기업 흔들기’가 마치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적잖은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압박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헤지펀드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기업지분 보유기간이 평균 423일에 불과한 헤지펀드들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은 다 막고 손발 묶인 채 싸우라고 한다. 경영권 방어가 발등의 불인 기업들이 어떻게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나서겠는가.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처럼 대다수 선진국이 도입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행동주의 펀드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이들 제도 도입을 늦출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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