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사 더 쓰러지면 내년 제조업 대재앙…정부, 특단대책 내놔야"

입력 2018-10-23 18:00  

격랑에 휩싸인 자동차 산업

인터뷰 -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車산업 10년 전으로 후퇴
올 생산량 400만대 밑돌 가능성
내년에도 호전 기미 안 보여

車생태계 무너지면 복원 불능
이자도 못 내는 부품사 수두룩
만기 연장·신규 대출 재개 시급

정부 역할 그 어느 때보다 막중
노동개혁 없인 제조업 미래 없어
美 관세폭탄 땐 85만대 날아가
30만대 군산공장 3개 문닫는 셈



[ 장창민/박종관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이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습니다. 부품사들이 더 무너지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복원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요. 정부가 최대한 빨리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전후방 산업에 재앙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본지 10월23일자 A1, 4면 참조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단체(회원사 250여 곳)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을 14년째 이끌고 있는 신달석 이사장(디엠씨 회장)의 토로다. 그는 23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두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줄곧 한숨을 내쉬었다.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린 부품업계를 대표하는 한 기업인으로서 고뇌와 걱정이 묻어났다. 그는 “오죽하면 정부에 긴급 자금(3조1000억원) 지원을 요청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국내 車 생산량 400만 대 깨질 듯

신 이사장이 본 한국 자동차산업은 암울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린 데 이어 △미·중 무역갈등 △국제 유가 상승 △원화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이 겹치면서다.

신 이사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10년 전으로 후진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연초 예상치(410만 대)보다 낮은 395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 대를 밑돌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2007년 409만 대로, 400만 대 고지에 올라섰다. 이후 2011년 466만 대로 정점을 찍었다. 금융위기 직후(2008~2009년)를 빼고 한 번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부품사마다 완성차업체의 생산량에 맞춰 설비투자를 늘려 왔는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에 부닥치면서 악순환에 빠졌다”고 씁쓸해했다.

2년 가까이 완성차업계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품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해졌다. 신 이사장은 “3~4년 전만 해도 상장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에 달했는데 올 상반기 들어 2%로 떨어졌다”며 “돈을 벌어 은행 이자도 못 낼 판”이라고 전했다.

주저앉는 부품사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데 이어 중견 부품사 다이나맥, 금문산업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남의 회사 공장 문 닫는 얘기는 그만하자”며 고개를 떨궜다.

◆“선순환 구조 진입 못하면 다 망해”

신 이사장은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품사들의 자금난을 풀기 위해 금융권이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행정지도를 해줘야 한다”며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출 상환 만기 연장, 기존 금리 유지 등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멈춰선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신규 대출도 열어줘야 한다”며 “이익을 내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품 2만 개가 얽힌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품사들이 더 어려워지면 내년 자동차 전후방 산업에 재앙 수준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장비산업이 흔들리면 수출이 줄고 세금이 감소하는 정도겠지만,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면 다 죽는다”고 잘라 말했다.

신 이사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제도(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개선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전반적인 노동 개혁 없이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없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당장 자금난에서 벗어나더라도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트럼프발(發) 관세폭탄’도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연간 85만 대의 수출 길이 막힌다”며 “군산공장(연 30만 대) 세 개를 한꺼번에 문 닫아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의 마지막 말은 무거웠다. “기업들이 더 이상 해외로 공장을 옮기지 않고, 국내에서 버틸 수 있도록 다들 도와주길 바랍니다.”

장창민/박종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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