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 중간선거는 2020년 트럼프 재선을 결정짓는 판될 것

입력 2018-10-24 06:07   수정 2018-10-24 10:56


오늘은 월스트리트를 괴롭히고 있는 11월6일 미국의 중간선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한인 대상의 풀뿌리 정치운동을 20년째 이어가고 있는 한인시민참여연대(KACE)의 김동석 상임이사를 만났습니다.

김 이사의 말을 요약하면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한다 △공화당은 트럼프 당으로 바뀐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를 통해 2020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으로 정리가 됩니다. 미 중간선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간선거의 판도가 올 초 예상하던 것(민주당 유리)과 달라지고 있다. 2016년 10월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숨어있던 트럼프 지지세력들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1980년초 카터와 레이건이 붙었을 때, ‘레이건 민주당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졌다. 민주당원으로 등록된 시민, 중도적 시민들이 “지미 카터는 시원치않다”는 생각에 레이건에게로 표를 던졌다. 조용히 선거 전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막판 투표는 레이건에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부터 전국 선거유세를 다니면서 한 번도 대도시에 가지 않았다. 지지기반을 고정화하기 위해서다. 중간선거 이제 보름 남았는데, 이슈는 없고 “트럼프냐, 혹은 트럼프가 아니냐”만 남아있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형국이다.

▶주류 매체들의 보도와 이런 정치판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런 걸 감안해서 중간선거를 이해해한다.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이 속한 당이 하원에서 승리한 적이 딱 세 번밖에 없다. 1934년 대공황때,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때, 그리고 2002년 9.11 직후 등이다.

하원은 원래 야당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공화당은 올 초 하원을 내주고, 상원을 지키겠다는 목표을 세웠다. 지금 판세로서는 공화당은 하원에서 28~36석을 빼앗길 것이다. 이렇게 된다고 해도 트럼프가 졌다고 하긴 어렵다.원래 전략대로 트럼프는 목표를 이룰 것이다. 트럼프에게 선거는 이미 끝났다.

미국에는 공화당, 민주당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은 트럼프당, 공화당, 민주당이 생겼다. 트럼프의 목표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오너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에 ‘자기당+공화당’을 확보하고 그 힘으로 2020년 재선을 하겠다. 비교적 이런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인구와 유권자는 다르다. 투표를 하려면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한다. 히스패닉이 인구는 많지만, 유권자는 흑인이 더 많다. 백인의 유권자 등록률은 74%, 흑인은 69%, 히스패닉은 57%, 아시안은 56%다.

아시안의 등록률도 저조하다. 게다가 투표율은 49%에 불과하다. 백인은 65%. 흑인은 59%에 비해 크게 낮다. 250만명의 한인을 생각하면 연방의회에 한국계가 3~4명은 되어야하지만 한 명도 없다.

LA와 뉴욕에 한인들이 집중되어 있어 잘만 하면 집단적 리더십이 가능하다. 유대인들이 그렇다. 전략적으로 힘을 만드는 데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 한인은 결집이 아니라 고립이 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지역구 의원에게 해결을 부탁하는 게 아니라, 한국 총영사에게 온다.

▶미국 인구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 35%, 공화당 25%, 중간층 35% 정도다. 이번에는 선거 관심이 높아져서 투표율이 50%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공론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해진다. 유권자 숫자는 민주당이 많지만, 그동안 투표율은 공화당 지지자가 높기 때문에 항상 박빙이었다.

민주당으로서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유색인종 투표율을 올리는 게 관건이다. 이번엔 민주당 슈퍼PAC(정치활동위원회)은 아시안, 히스패닉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데 큰 돈을 쓰고 있다.

▶과거 의회와 유권자 사이에서 재미를 본 게 씽크탱크다. 기업들은 자금을 씽크탱크에 지원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시켰다. 하지만 씽크탱크의 시대는 지나갔다. 자본과 정치권이 결탁해왔는데, 지금은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스루트(풀뿌리) 운동의 결과가 트럼프고 오바마 당선이다.

기업이 전문가들을 사서 워싱턴DC의 K스트리트(정치 로비회사들이 모인 곳)가 유지됐는데, 이제는 힘을 못쓴다. 그러다보니 이제 기업들이 씽크탱크에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슈퍼PAC을 만들어서 직접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그 결과 티파티가 탄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왔다.

씽크탱크들이 대안으로 찾은 게 외국 정부다. 하지만 의회가 씽크탱크가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받는 돈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주미대사관에 공공외교 파트가 생기고 공사급 한 분이 생겼다. 하지만 씽크땡크 대상의 공공외교는 한 물이 지났다.

미국 정치가 가장 민감한 게 다른 나라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 미국시민들이 미국 정치인을 푸시해야한다. 씽크탱크나 로비가 아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은 자국계 시민들을 정치세력화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 정치 상황은 의회내 당적 의원수보다 이념적 분포가 더 중요해졌다. 미 의회가 화장실을 남녀가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나눠야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파적이 됐다. 상원은 아직 그런 게 별로 없다. 점잖고 협력하고 합의한다.

하지만 하원은 이념적 행태를 보인다. 대도시 지역구 의원들은 진보적이고, 농촌 지역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화당내 우파인 프리덤코커스가 주력이다. 과거 공화당내 중도파, 온정적 보수주의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빼앗기지만, 공화당 의원 중에서는 프리덤코커스가 점령을 한다. 트럼프 입장에선 공화당이 자기당으로 뒤집혀야 유리하다. 이번엔 하원 나오는 공화당 정치신인이 33명인데, 31명이 트럼프 사람이다.

▶트럼프가 재선되는 게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우리에겐 불리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미국 정치에 외교정책(무역 빼고)이 선거에 영향을 준 적이 별로 없다. 한국의 진보세력에서는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너무 유리한 이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트럼프는 모든 게 중국과 연관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중부의 러스티벨트 농촌지역에서는 한 번도 투표도 안해봤던 농촌사람들이 새로 공화당쪽으로 600만명으로 등록했고, 이게 트럼프를 공화당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이들 지지층에 가서 하는 얘기가 “중국이 다 먹어서 당신들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중국에 대해 민감하다.

그런데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미국산 농축산물에 관세를 때렸다. 트럼프에 열광하는 농촌지역 백인들은 어렵다.

과거 닉슨 대통령이 일본에게 새까맣게 감추고 갑작스레 중국과 수교했다. 이유는 닉슨의 지지층인 미국 면화 지역이 일본과 분쟁으로 수출을 못해서 그런 것이란 얘기가 있다. 이런 상황인데, 김정은이 주기적으로 시진핑을 만나니 트럼프에겐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는 재집권 자신감이 더 붙을 것이다. 그럼 세계적으로 ‘평화’라고 내세울 수 있는 북한 문제 해결에 더 자신감있게 나설 것이다.

중간선거를 통해 미북관계가 훨씬 안정적으로 정상적 방향으로 관계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위원회를 모두 차지하고 북한 관련해서도 수많은 청문회를 열 것이다. 지금과는 다르다. 하지만 민주당도 북핵 해결에 큰 틀에서 동의한다. 트럼프가 못하게 되는 게 아니고 정상적으로 천천히 가는 것이다.

▶미국의 투표율은 2010년 증간선거 때 40.9%, 2014년에는 프라이머리때 13.7%이고 본선에선 33.9%였다. 2018년 프라이머리는 19.6%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투표율은 56~58%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대승한다? 원래는 그랬는데, 트럼프의 숨은 지지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민주당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상원은 중간선거에서 35석을 새로 뽑는다. 9명이 공화당, 26명이 민주당이다. 트럼프는 “9명이 하나도 이기지 못하고 해도 난 탄핵은 걱정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탄핵이 되려면 3분의 2이상 동의해야한다. 트럼프가 기고만장하는 이유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공화당 50개, 민주당 41개를 확보하고 9개가 격전지가인데 공화당이 최소 2석에서 4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 트럼프가 참석한 텍사스 유세는 매우 재미있었다. 원래 대선후보를 뽑는 전당대회는 축제다. 2위는 축하해주는 것이다.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확정되고 나서 2위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는 거기서 “트럼프는 자격이 없다”고 해서 아수라장이 됐다. 지금 그런 테드 크루즈가 텍사스에서 위험하다. 텍사스가 민주당쪽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한테 대들었다가 트럼프지지 세력의 마음을 못 잡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크루즈가 트럼프에게 굽히면서 트럼프가 어제 유세 지원을 했다.

▶트럼프가 단 한 번 자신의 선거전략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작년 말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였다. 상원의원 중 가장 먼저 자신을 지지했던 제프 세션스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고 나서 자리가 비어서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스티브 배넌이 미는 로이 무어가 아닌 사위 쿠슈너가 밀었던 (좀 더 정상적인) 루더 스트레인지를 지원했는데, 경선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나간 무어는 상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25년 만에 민주당 더그 존스에게 상원 의원을 내줬다. 공화당이 분열되면서 민주당이 이긴 것이다. 이게 잠깐 트럼프가 정상적으로 가려다가 졌던 것이다. 지금 스티브 배넌이 다시 선거캠프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

▶트럼프 생각에 제프 세션스에게 법무장관을 맡기면서 특검조사와 탄핵을 막으라고 했는데, 셰션스가 차관에게 그 업무를 넘기면서 눈밖에 났다. 아마도 연말에 바뀔 것이다.

유력한 차기 법무장관 후보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 니키 헤일리가 연말에 유엔대사를 그만 두기로 했는데 이는 린지 그레이엄 뒤를 노린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헤일 리가 상원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향후 대선에 더 유리하다. 그게 선거꾼들 얘기다.

▶미국 대선은 프레임의 싸움이다.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를 상대로 대선을 치를 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런 슬로건을 들고나와서 당선됐다. 당시 선거본부장은 제임스 카빌이었다. 그는 선거판은 프레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봤다.카빌은 “현상유지나, 변화냐” 그 대결구도로 가야 유리하다고 봤다. 아버지 부시는 동 서 냉전을 마감한 사람이다.

클린턴측은 먼저 아버지 부시를 최고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변화할 때다. 새 시대에는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바꿔나겠다. 미소 진영 대결이 아니라, 변화냐 정체냐, 이런 프레임에서 경제를 앞으로 꺼냈고 그게 먹혔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재선이 구체화되는 전초전으로 봐야한다. 트럼프의 2020년 구호는 “Keep America Great. Promises made, Promises Kept”다. 품격 이런 거 없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이거 하나로 간다. 현재 역대 공화당, 즉 자기 당 지지자들에게 받는 지지율이 87%로 가장 높다.

트럼프는 자본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공화당 대통령이다. 2017년 1월 집권하면서 재집권 캠프를 꾸려서 모금액이 1억2000만달러가 넘는데, 오히려 소액 기부율이 오바마보다 더 높다.
오바마도 트럼프도 풀뿌리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게 아니다.

▶현재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빌 스테피언 백악관 선거담당 지휘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때 브릿지게이트 사건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을 할 때 웹사이트, 즉 디지털을 담당하는 브레드 파스캘도 전략을 맡고 있다. 이 사람이 트럼트의 트위터를 담당한다고 한다. 그의 사명은 “뉴스메이커에서 벗어나면 안된다”.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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