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새 부동산신탁社 어디로…농협금융·미래에셋 등 20여곳 '격전'

입력 2018-10-24 18:06  

최대 3곳 내년 상반기 선정

관리·임대·개발 등 위탁운용
시장 활황에 수익성 높아져
은행·증권·자산운용사 '군침'



[ 하수정/김대훈 기자 ] 새로운 부동산신탁회사가 10년 만에 탄생한다. 금융위원회가 2009년 후 처음으로 부동산신탁업 최대 세 곳을 새로 인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20여 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부동산신탁 인가를 따내기 위해 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의 관리, 임대, 개발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일종의 종합 부동산 서비스업이다.

◆내년 상반기 최대 3곳 인가

금융위는 24일 최대 세 곳에 신규 인가를 허용하는 내용의 ‘부동산신탁업 경쟁 제고를 위한 신규 인가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산업 진입규제 개편의 일환으로 부동산신탁업의 신규 인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오는 30일 인가설명회를 여는 데 이어 다음달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한다.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와 예비인가, 본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인가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신규 인가를 받은 부동산신탁사는 2년간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가 제한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수탁한 땅을 개발할 때 사업주가 아니라 부동산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위험이 크지만 수익성이 높아 금융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영역이다.

심사항목을 보면 자본금(기본 100억원) 규모가 클수록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인적·물적 설비도 법에 맞게 갖춰야 한다. 사업계획과 이해상충 방지체계, 대주주 적합성도 주요 심사 항목이다. 박 정책관은 “사업의 혁신성, 위험관리 적정성, 대주주 및 기존 사업영역과의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가 심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 땐 부실 우려

정부가 2009년 후 신규 인가를 중단해 부동산신탁 시장은 11개 회사가 분할하고 있다. 이들 11개 부동산신탁사는 2012년 이후 모두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순익 총합은 504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58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7.6% 증가한 2853억원을 나타냈다.

10년 만에 시장 빗장이 풀리면서 금융지주,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이 대거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 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데다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커 금융사의 주요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 금융사뿐 아니라 키움, 대신, 메리츠, IBK, KTB, 신영, 부국증권 등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회사, 부동산컨설팅회사 등 비금융업권에서도 관심이 높아 거론되는 후보군만 2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업이 ‘황금 거위’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 부동산신탁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져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부동산신탁업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감독 단계를 높이는 것도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하수정/김대훈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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