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LA 다저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102년 만의 맞대결' 누가 웃을까

입력 2018-10-26 21:05   수정 2019-01-24 00:02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A 다저스가 원정에서 2패를 당하면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유리한 고지를 내줬다. 홈에서 막강한 승률을 자랑하는 보스턴이었기에 다저스 선수들은 더욱 각오를 다지며 경기에 임했지만 쓴 맛을 봐야했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다저스와 동부를 대표하는 보스턴이 무려 102년만에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만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승부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스턴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다저스는 홈으로 돌아가 반전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열한 승부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다저스와 보스턴. 과연 두 팀은 어떤 팀일까?

▲ 보스턴 레드삭스는 어떤 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프로야구팀으로 창단은 1901년에 했다. 창단 직후 보스턴은 파란색 스타킹을 착용했고 공식적인 팀 명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보스턴 필그림스(Boston Philgrims)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1907년 당시 구단주가 보스턴 레드 스타킹스로 팀명을 바꿨고 이후 기자들이 보스턴 레드삭스로 줄여서 부르는 바람에 현재에 이르게 됐다.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는 총 8회에 달한다. 이는 메이저리그 4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써 월드시리즈를 한 번도 제패하지 못한 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이 우승한 셈이다. 특히 1910년대에 월드시리즈에서 4회나 우승했지만 1918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헐값으로 트레이드한 후 80년 넘게 월드시리즈 우승과 멀어져 '밤비노(루스의 이탈리아어)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러다가 지난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우승함으로써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이후 2007년, 2013년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고 올 시즌 아홉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팀이 배출한 가장 유명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을 세운 사이 영(Cy Young)이 있으며 보스턴에서 투수로 활약한 베이브 루스, 4할대 타자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1930년대 후반 활약한 홈런타자 지미 폭스(Jimmie Foxx) 등이 있다. 또한, 사이 영(Cy Young)상을 3회 수상한 페드로 마르티네스(Pedro Martinez)와 타자 노마 가르시아파라(Nomar Garciaparra)가 대표적인 보스턴의 선수들이며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던 한국 선수로는 김병현과 이상훈, 조진호, 김선우가 있다.

▲ 홈구장 '펜웨이파크'와 라이벌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말할 때 홈 구장인 펜웨이파크(Fenway Park)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야간 경기 때 3만 7,499명, 낮 경기 때는 3만 7,071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펜웨이파크는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가장 오래된 구장이다.

펜웨이파크는 수없이 이뤄진 재건축과 증축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계획과 구상을 담아내지 못한 탓에 외형이 독특해진 것으로 유명하다. 오히려 이 점이 특징이 됐고 특히 11.3m 높이의 좌익수 뒤쪽 담장은 홈런을 집어 삼킨다는 뜻으로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 초록 괴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또한 펜웨이파크는 2003년 5월 15일 텍사스전부터 10년 가까이 794경기 연속으로 홈구장 매진 기록을 세워 엄청난 홈팬들의 열기를 증명했다.

아울러 보스턴의 가장 큰 라이벌은 메이저리그 동부 지구 패권을 다투는 뉴욕 양키스다. 두 팀은 100년 넘게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면서 프로 스포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하며 격렬한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디비전시리즈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두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세 번 맞닥뜨렸다. 그중 양키스가 1999년과 2003년 두 번 우승했고 레드삭스는 2004년에 한 번 우승했다. 또 아메리칸리그 우승 타이틀을 두고 두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1904년에는 레드삭스가 우승했고 1949년에는 양키스가 우승했다. 올 시즌에도 두 팀은 2018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 보스턴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 LA 다저스는 어떤 팀?
무려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A 다저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소속된 프로야구팀으로 1884년 창단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박찬호가 선수 생활을 했던 팀으로 기억돼 있으며 현재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어 친숙한 구단이다.

팀의 애칭인 '다저스'(Dodgers)라는 뜻은 '피하는 사람들', '탈세자들', '속임수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저스'가 애칭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다저스의 이전 연고지였던 뉴욕 브루클린 시민들이 거리의 전차들을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는 설과 브루클린 시민 가운데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많아 이름이 붙였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제 '다저스'라고 하면 LA 다저스를 당연하게 떠올릴 만큼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됐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LA 다저스는 원래 브루클린(Brooklyn)을 연고로 했다. 1889~1898년의 브루클린 브라이드그룸스(Brooklyn Bridegrooms), 1899~1910년의 브루클린 슈퍼배스(Brooklyn Superbas), 1911~1913년의 브루클린 인팬츠(Brooklyn Infants), 1914~1931년의 브루클린 로빈스(Brooklyn Robins), 1932~1957년의 브루클린 다저스(Brooklyn Dodgers) 등으로 팀명이 바뀌었고 1958년부터 LA를 연고지로 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LA 다저스는 그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총 6회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만 무려 13회나 차지해 월드시리즈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24일과 25일 열렸던 월드시리즈에서도 LA 다저스는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힘겹게 시리즈를 시작하고 있다.

▲ 메이저리그 최초로 인종차별 허문 팀
LA 다저스는 다저스타디움, '투수 왕국' 별명이 생긴 이유, 동부에서 서부로 옮기게 된 배경 등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최초로 인종 차별을 허문 팀이라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재키 로빈슨이다.

재키 로빈슨은 다저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 역사에서도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는 선수다. 그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로서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40~1950년대 선수 생활을 하며 메이저리그에 흑인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로빈슨은 1945년 당시 다저스 단장이던 브랜치 리키의 눈에 띄어 야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고 1946년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194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로빈슨은 데뷔 초창기 백인들이었던 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팬들에게 엄청난 살해 협박을 받았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 만의 야구를 펼쳐 메이저리그에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로빈슨이 대단한 선수인 이유는 단지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는다. 로빈슨은 실력 또한 걸출한 선수였다. 1947년 처음으로 제정된 신인왕 수상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1949년에는 내셔널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로빈슨이 선수로 뛴 1947년부터 1956년까지의 10년간 다저스는 6번의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로빈슨은 은퇴 후 누구보다 인종차별 폐지에 앞장섰다. 당뇨병으로 힘든 말년을 보낸 그는 1972년 눈을 감았고 다저스는 그의 등번호였던 42번을 영구결번시켰다. 이후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로빈슨의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2004년에 매년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했다. 이후 이 날 만큼은 메이저리그의 모든 선수들이 등번호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이미 정해졌다?
이토록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만나지 못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현재 보스턴이 2018 월드시리즈에서 두 게임을 먼저 가져가며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올해는 다저스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LA로 연고지를 옮긴 지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다저스는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큰 상태다. 남은 5경기에서 2번만 더 지면 다저스는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6차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중 절반인 3번이 시리즈 전적 0승 2패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전설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 출신의 요기 베라는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어느 팀이 가져갈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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