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5대 그룹 경영진 인사…"세대교체냐 조직안정이냐"

입력 2018-10-28 17:19  

삼성 - 큰 폭 물갈이 인사 가능성 낮아
현대차 - 고강도 쇄신 인사 이어질 전망
SK - 인사보다 조직개편에 힘 실릴 듯
LG - 40세 총수 '새 판 짜기' 나설지 주목
롯데 - 임기 만료된 CEO 연임 여부 관심



[ 오상헌/장창민/박상익/류시훈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9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시작으로 다음달 20일까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순차적으로 만난다. 올해 사업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에서 각 계열사가 제출한 성적표를 토대로 다음달 말 CEO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5대 그룹이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일제히 업적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전망은 그룹에 따라 엇갈린다. 삼성과 SK는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현 경영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40대 총수로 사령탑이 바뀐 LG와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이 사실상 처음 인사를 주도하게 된 현대자동차는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를 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

삼성이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고참 경영진’을 후선으로 보내는 세대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는 통상 3대 사업 부문 수장들에게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3~4년 이상 기회를 준다.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이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 만큼 지난해 선임된 김기남(반도체·부품), 김현석(소비자가전), 고동진(IT·모바일) 등 ‘50대 트로이카 사장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금융계열사들도 올초 50대로 교체된 만큼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해 CEO를 교체했다.

현대자동차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게 현대차그룹 안팎의 대체적 전망이다. 지난달 승진한 정 부회장이 실질적 인사권을 쥐게 된 만큼 일부 경영진에 대한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 실적이 추락한 것도 ‘인사 태풍’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계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현대차의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부회장을 제외한 6명의 부회장과 20여 명의 사장 가운데 일부에 대한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정태영(현대카드),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부회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는 12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SK

SK의 ‘물갈이 인사’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한 지 2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장동현 SK(주)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을 핵심 계열사에 배치한 데 이어 작년에는 그룹의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개편했다.

“올해 말 SK그룹의 관전 포인트는 인사가 아니라 조직개편”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별로 경영 목표를 재설정하고 조직·제도도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조직 개편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LG

올해 임원인사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LG다. 23년 만에 총수가 바뀐 데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포인트는 구 회장을 보좌하는 6명의 부회장 가운데 몇 명이 교체되느냐다. LG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주)LG), 박진수(LG화학), 차석용(LG생활건강), 조성진(LG전자), 한상범(LG디스플레이), 하현회(LG유플러스) 부회장 등으로 꾸려져 있다. 일각에선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 부회장 일가가 계열분리하면 인사 규모는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구 회장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구 회장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 CEO에게 한 번 더 경영을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

올해 임원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이른 12월 초에 실시될 전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신동빈 회장이 이달 초 복귀한 만큼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임기가 만료된 주요 계열사 CEO들의 연임 및 승진 여부다. 롯데 계열사 대표 임기는 2년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신 회장이 4대 사업부문장(이원준 유통·허수영 화학·송용덕 호텔·이재혁 식품) 가운데 일부를 교체하면 연쇄효과로 인해 임원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오상헌/장창민/박상익/류시훈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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