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최대 국가 브라질이 또 한번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자이루 보우소나루(63) 후보가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 당선인은 정계의 '아웃사이더', '브라질의 트럼프'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1955년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1971~1988년 육군 장교로 복무했고 전역하고 나서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1990년부터 7차례 연속해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특히 2014년 연방의원 선거에서는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선거의 성공으로 보우소나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찌감치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올해 대선 정국 초반에 보우소나루는 사실상 아웃사이더나 마찬가지였다. 연방의회에서 한 발언은 코미디의 소재가 되기 일쑤였으며, 당시만 해도 그를 대권 주자로 주목하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초부터 터져 나온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정국혼란, 치안불안은 보우소나루에게 대권 도전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대선 출마를 위해 올해 초 기독교사회당(PSC)에서 사회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꾸준히 인지도를 높였다. 대선 출마에 앞서 SNS에서는 보우소나루의 인기가 다른 모든 정치인을 압도했고 지난 7월 사회자유당은 그를 대선후보로 결정했다.
보우소나루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변화'를 모토로 내세웠다. 지난 7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우리의 힘은 오직 진실과 국민의 지지"라며 브라질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백인 기득권층과 중도 성향의 정당, 재계, 군부는 물론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중산층 서민들은 그에게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터져 나온 'SNS 여론조작' 논란도 이런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약 30년간 정계에 몸담으며 대중의 이목을 끈 것은 법안 발의 등 정상적인 의정 활동으로서가 아니라 과격하고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서였다. 1991년부터 그가 발의안 법안은 단 두 건에 그쳤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신 그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동성애·난민·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며 독재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다.
그는 "난 독재를 찬성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표를 통해서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 내전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고문을 찬성한다" 등 대놓고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칠레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찬양하고, 자신이 집권하면 정부에 군 출신을 대거 기용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한 경찰이 더 많은 범죄자를 사살해야 한다면서 범죄자들은 재판 회부보다는 약식 처형(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는 이번 대선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극우 보수 논객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그가 결선투표에 오르자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으며,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앙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도 그에 대해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여성 혐오적이고 증오에 가득찬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보우소나루의 정치모델이 이탈리아의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 과거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라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강성 발언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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